‘오월 사형수’ 故 정동년 이사장 별이 되다 5·18민주광장서 영결식…유가족·동지 300여명 참석 “고인 유지 받들어 진상규명·미완의 현안 완성하겠다” 안재영 기자

2022년 05월 31일(화) 20:19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고(故)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 영결식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일생을 바쳐 민주주의의 대도(大道)를 걸어오신 이사장님. 부디 이제는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남은 우리들은 5·18광주민주항쟁의 진상규명에 매진하고 온갖 어려움에 처한 동지들이 번듯한 국가 유공자로 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일평생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사형수’라는 멍에마저 감내해야 했던 고(故)정동년 이사장의 영결식이 31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오월 단체 회원, 5·18기념재단 관계자, 추모객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넋을 기렸다.

정 이사장의 운구 행렬 입장으로 영결식은 시작됐다.

이어 민중 의례를 갖고 참석자들은 고인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투쟁의 삶’을 살아온 정 이사장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어 고인과 함께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동지’들은 조사(弔詞)를 통해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며 남은 현안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석무 5·18기념재단 전 이사장은 “광주가 낳은 위대한 민주투사이자 민중운동가인 그대를 지상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다니, 이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겠냐”며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한 그대의 공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거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저승에서라도 편안하고 안온하게 영생을 누리시길 빈다”고 추모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스님도 “불과 며칠 전 나누었던 악수가 이별 인사가 되고 말았다. 이제 평소 그가 꿈꾼 ‘민주·인권·평화가 숨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남은 이들의 몫이 됐다”며 “선생이 남기신 숙제를 받들고 우리는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은 “아직 ‘민주대장정의 길’이 멀리 남았는데 먼저 가시다니 땅이 꺼지는 황망함을 가눌 길이 없다”며 “이사장님의 영전에 심심한 애도의 마음과 함꼐 미처 다 가지 못한 민주 대도(大道)를 멈춤 없이 이어 가야겠다”고 결의했다.

김정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는 “당신의 무뚝뚝한 언어 속에는 항상 진솔함과 담백함이 한결같았다”며 “오늘 우리는 당신을 통해 부활하고자 한다. 민주 개혁을 위해 조건 없이 다시 모이며 촛불 앞에 참여하겠다”고 열변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박몽구 시인은 조시 ‘깨끗한 민주의 새벽을 위하여’를 낭독하며 정동년 선생의 서거를 애도했다.

이후 추모 노래와 유족 인사, 헌화와 분향으로 영결식은 끝이 났다.

유족 인사에서 정 이사장의 장남 정재헌씨는 “어김없이 또 찾아온 찬란하지만 가슴 아픈 오월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살아가게 됐다”며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뒤 애써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과 추모객들의 북받친 감정도 터지면서 일순간 일대는 울음바다가 됐다.

잠시 마음을 추스린 뒤 정재헌씨는 애써 미소지으며 “5·18의 진상규명과 오월정신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함께 반드시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영결식 이후 정 이사는 노제(路祭)로 5·18기념재단과 전남대학교를 거친 뒤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에 안장됐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