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끝났다, 물가 좀 잡자 본사 부회장 |
| 2022년 06월 01일(수) 2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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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싸도 소득이 넉넉하면 문제될 게 있을 수 없지만 소득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36위의 소득으로 4번째로 비싼 식료품값을 감당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1년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작년 가계의 엥겔계수는 12.86%로 2020년의 12.85%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2000년의 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설상가상, 러시아의 침략 때문에 세계의 곡창지역인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이 줄었고, 일부 지역의 가뭄이 부채질하면서 세계 식량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식량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당연히 식료품값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는데 뭐 하나 좋은 게 없다. 1년 후 소비자물가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3%로 4월 3.1%보다 높았다. 9년 만에 최고치다. 금리수준전망지수도 146으로 4월보다 10포인트(P) 뛰고 체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4%로 같은 기간 0.2%P 높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6으로 1.2포인트 떨어졌다.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최근 고물가는 통제불능의 대외요인 영향으로 서민들을 큰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서민경제는 흔들리고 높은 금리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확산하면, 명목임금이 올라도 실질임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가안정이 곧 민생이다. 지방선거도 끝났다.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현시점이 물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모든 현안을 다 제치고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경제 부담을 낮추기 위한 민생안정 대책으로 식료품, 식자재 등 원가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관세, 부가세 면제 등 조치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 확보, 원자재 공급망 내재화 등 물가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거시적 측면의 물가대책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광주와 전남도 경제 체질 전반을 개선하고 면역 자체를 강화해 고물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실 이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걸 가리킨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쥐어짜다’라는 뜻의 ‘스크루(screw)’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용어다.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소득 증가가 따라가지 못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현상을 뜻한다. 스크루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고소득층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주어 빈부격차를 더 확대시킨다.
스크루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도 충격이 더 크고 해결도 쉽지 않다. 한국도 2022년에는 선거를 두 번이나 한데다 여러 대형 리스크가 잔뜩 도사리고 있다. 각종 리스크의 불확실성 단계가 가히 역대급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유산에 대해 ‘예측 가능한 예측 불가능성(predictable unpredictability)’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코로나가 확산과 진정을 반복하며 5차 대유행 단계에 이르면서 내로라하는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이 빗나갔음을 빗댄 것이다.
어느 나라나 사정은 비슷하지만 한국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진데다 중국 미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외 변수는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사정이 만만찮다. 이럴때일수록 선거과정에서 생긴 정치권의 정치리스크 유발로 인한 경제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 지자체와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한 마음으로 경제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국민 대다수가 ‘먹고살기 힘들다’ 아우성치면 정치리더들은 바로 그 점을 주목하고 집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