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이모저모]“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투표, 당연히 해야죠” 이른 아침부터 발길…투표소 착각 해프닝도 투표지 2번 받아 혼선…“살기 좋은 광주되길” 사회부

2022년 06월 02일(목) 00:56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광주 367곳·전남 860곳 등 총 1천227개 투표소에 이른 아침부터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 120만 6천886명, 전남 158만 689명의 유권자들은 ‘세상을 바꾸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고, 사전투표와 달리 투표용지를 2번 발급받아 투표함에 넣는 절차에 따른 혼선을 겪기도 했다.

◇이른 아침부터 투표 열기 ‘후끈’

○…이날 오전 5시50분께 찾은 북구 삼각동 제1·3투표소. 아직 투표 시작 전임에도 불구, 이미 시민 10여명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1호 투표자가 되기 위해 발걸음한 유권자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휠체어에 탑승한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온 70대 어르신부터 아침 운동 전 함께 찾았다는 중년 부부,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는 대학생 등 연령을 막론한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열띤 관심을 보였다.

대학생 김모(25)씨는 “피곤하지만 이번 선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집에 들어가기 전 바로 투표소를 찾았다”며 “누가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을 후보자인지, 내놓은 공약을 보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얼마 뒤 투표가 개시된 오전 6시께부터 유권자들은 선거관리원들의 안내에 따라 투표소·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미래를 바꿀 한 표를 던졌다.

이날 이곳의 첫 투표자가 된 삼각동 주민 박모(52)씨는 “대통령 선거 후 바로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선거라 중요성이 남달라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투표했다”며 “지역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선 일당 독점 체제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야 진짜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겠냐”고 투표 소감을 밝혔다.

◇투표소 착각·신분증 미지참 해프닝도

○…투표소를 잘못 오거나 신분증을 두고 와 다시 돌아가는, 매 선거때마다 반복됐던 해프닝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이날 오전 6시께 북구 삼각동 제3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은 이곳이 자신의 투표소임을 ‘확신’했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선거원 명부를 확인하던 선거사무원이 “없다. 이곳이 아니신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지금껏 여기서 계속 투표를 해왔는데 여기가 아니라니 무슨 말이냐”며 되물었다.

그러자 선거사무원은 “지금껏 여기서 투표를 하셨더라도, 바뀌는 경우가 있어 꼭 투표소를 확인해야 한다”며 주소지에 맞는 투표소를 안내했다.

오후 1시께 서구 치평동 제5투표소에서 만난 유모(22)씨는 “신분증을 두고 와 집에 갔다 왔다. 아직 투표가 낯설어 그런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집에 갔다 오는 게) 귀찮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투표의 중요성을 못이 박히도록 들어 주저함 없이 다녀왔다”며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투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번 들어가는 투표함 반응 ‘각양각색’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에서는 두번에 나눠 투표를 진행하면서 혼란이 일기도 했다.

본인 확인을 마친 유권자들은 우선 시장, 구청장, 교육감 투표 용지를 지급받았다. 투표를 마친 뒤 다시 지역구 시의원, 비례 시의원, 지역구 구의원, 비례 구의원 용지를 수령·투표하는 순이었다.

서구 치평동 제6투표소인 계수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김모(61·여)씨는 “여러 번 나눠서 투표하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떻게 투표하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용지 배부 전 충분한 설명이 없어 어르신들은 버겁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같은 곳에서 투표한 양모(50·여)씨는 “두 번에 나눠서 투표한다는 지인의 말에 지레 겁먹었는데 선거 도우미 분들이 잘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면서도 “미리 어떤 후보자를 투표하는건 지 설명해줬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유모차 끌고 투표해요 “살기 좋은 광주 되길”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1시께 서구 치평동 제4투표소 운천초등학교에는 30대 신혼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투표소를 찾았다.

유모차를 끌던 엄마는 “먼저 다녀올게”라며 투표장에 들어갔다.

번갈아 가며 아이를 보고 투표를 진행한 이들 부부의 남편은 “특별한 의미를 둔 건 아니지만, 아이가 행복할 광주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가족이) 함께 투표하러 왔다”며 “그런 광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대기에 아이를 업고 서구 치평동 제1투표소 전남고등학교를 방문한 김모(33)씨는 “이제 백일을 맞은 아이가 살아갈 도시가 좋은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이에 맞는 후보자가 당선돼 광주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았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궁도장·야영장 등 이색투표소 눈길

○…광주 곳곳 이색투표소에도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광산구 어룡동 제3투표소 광주송무정 궁도장에서 투표를 마친 김모(36)씨는 “평소에 즐기던 산책로에 위치한 궁도장에서 투표를 하니 새롭다”면서 “광산구청장은 무투표지만 다른 후보들은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해 뽑았다”고 밝혔다.

모녀가 함께 투표에 참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올해 대선부터 첫 투표를 행사했다는 딸 김모(22)씨는 “공약을 꼼꼼히 읽어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광주 외곽지역인 광산구 본량동 제2투표소 본량학생야영장도 외딴 장소임에도 불구, 자전거나 마을버스 등을 통한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올해 90세인 박모(여)씨는 “이곳 야영장이 코로나19사태 이전에는 어린이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방문객이 없어 허전하다”면서 “일 잘하는 사람이 와서 한적한 마을이 활기 넘치게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