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의 '문화터치']국악을 ‘추앙’하게 하는 전통문화관 광주문화재단 문화공간본부장

2022년 06월 02일(목) 19:44

녹음이 점차 짙어간다. 바람도 살랑댄다. 여기에 아쟁산조와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어우러진다. 자연과 예술이 융복합되는 순간이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아니다,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누군가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누군가는 연로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찾아든다. 관람객들은 곧 저마다의 삼매경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세계에 홀라당 들어가 예술을 즐긴다.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전통문화관 서석당의 풍경이다. 한주도 빠짐없이 토요상설공연이 펼쳐진다. 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 5월9일 아쟁산조로 토요상설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애오라지 아쟁연주를 듣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는 어느 관람객, 소리가 약간 어리긴 해도 충분히 매력있었다며 좋아라 한다. 거칠면서도 농현이 깊게 파고드는 가락에 듣는 이의 가슴도 절로 벌렁댄다. 젊은 연주자가 연주도 잘 하지, 얼쑤. 다음은 판소리다. 동편제로 김다정씨가 판소리 춘향전의 ‘이별가’대목을 구성지게 뽑는다. 굵으면서도 쭉쭉 뻗어나오는 목이 샘물 솟듯 자유롭게 나온다. 참말로 좋다.

지난 5월28일엔 문명자선생(광주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의 특별한 무대가 있었다. 가야금병창으로 ‘수궁가’를 선보였다. 수궁가를 문선생이 가야금병창으로 직접 편곡하여 연주하며 소리를 한 것이다. ‘용왕이 병이 들어 탄식하는 대목’에서부터 ‘토끼가 수궁에서 살아나와 좋아라고 노는 대목’에 이르기까지 가야금 병창을 들려주었다. 판소리를 가야금병창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고개 하나를 넘는다는 마음으로 숨 몰아쉬며 연주했다. 때로는 용왕의 근엄한 모습을, 때로는 토끼의 지혜로움을 소리로 지어내며 뚱땅까, 뚱땅하며 가야금으로 받쳐주는 양이 관람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훑어주었다. 지난 4월23일 무형문화재 초청무대로 방성춘선생(광주 무형문화재 판소리 동초제 춘향가 예능보유자)이 무대에 섰다. 춘향가 중 ‘기생점고’ 대목에서 ‘갈까부다’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소리는 막힘없이 세상을 호령했다. 익을대로 익은 소리는 국악 초보 관람객의 마음까지도 다 후려치고도 남았다. 무대가 끝나고도 박수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누가 국악을 좋아할까나. 아니다, 그건 기우다. 기회가 없었을 뿐 듣다보면 이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사실 K팝보다 더 한류를 일으킬 찐 콘텐츠는 국악일 거다. 그 찐 콘텐츠를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이 토요상설공연과 무등풍류뎐을 통해 서리서리 풀어내고 있다. 토요상설공연은 11월까지 계속되며 토요일 전통문화관을 찾는 국악애호가들에게 국악의 멋드러짐을 전할 예정이다. 이달엔 첫 번째 주에 판소리·산조무대(윤현명 피리산조, 조아람 판소리) 두 번째 주 국악창작무대(악셀 ‘RE:Birth 다시 태어나는 우리 소리’) 세 번째주 연희·무용무대(한국전통예술협회 ‘한국춤풍류전 송미숙의 예도’) 네 번째 주 무형무화재 초청무대( 용전들노래 보존회 ‘여어루 상사뒤여’)가 토요상설공연을 채운다.

관람객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매주 국악으로 ‘문화샤워’를 하는 까닭이다. 가락과 장단에 맞춰 추임새가 딱딱 제대로 나온다. 귀명창이란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10년 세월 토요상설공연을 하다 보니 귀명창이 저절로 양성되어졌다. 오라 하지 않아도 때맞춰 자리를 잡고 앉아 소리를, 악기연주를 감상한다. 지난 2년간 목말랐을 것이다. 그 뒤 끝에 열린 토요상설공연에 관람객들은 아우성이다. 너무 좋다고. 녹음이 짙어가고 공기는 청정한 전통문화관,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비대면이 아닌 직접 듣게 되는 국악소리, 우리 소리가 귀를 넘어 우리들 마음을 간지럽힌다. 운림동 전통문화관이 국악 추앙의 산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