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례발안법으로 주민주권실현을 / 김병도

2022년 06월 06일(월) 19:26

김병도 前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종료됐으며, 제9대 지방의회의원이 선출됐다. 선거가 끝난 것이지 정치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주민은 스스로 주인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주민의 대리인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몫은 여전히 주민이다. 일꾼이 일 안한다고 타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지방의회의원이 선출했다고 주민의 책무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의 굵직한 선거를 치르는 동안에 중요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 및 공포됐다. 바로 주민조례발안법이다. 오늘은 이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021년 10월19일 공포(2021년 9월 28일 국회의결)된 주민조례발안법은 주민주권을 실현하는데 가장 구체적인 법률이다. 이제는 주민조례발안제도를 자세히 살펴보고 실질적 주민주권을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주민조례법률안은 지방자치법 제19조(조례의 제정과 개정·폐지 청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1항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제2항 조례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 청구의 청구권자·청구대상·청구요건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제안 이유는 지방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강화하여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주민조례청구 요건 및 절차를 완화하고, 주민조례청구와 관련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치 의무를 규정하며,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내에 의결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등 주민의 조례 제정과 개정ㆍ폐지 청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기존 ‘지방자치법’ 및 그 하위법령에서 규정하던 주민조례청구에 관한 사항을 분리하여 이 법을 제정한 것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제2조에서 주민조례청구권자는 18세 이상의 주민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등은 지방의회에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제5조 청구 요건에서는 조례를 제정·개정·폐지해 줄 것을 청구하는 경우 특별시와 인구 800만 이상의 광역시나 도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18세 이상 주민인 청구권자 총수의 200분의 1, 인구 800만 미만의 광역시 등은 청구권자 총수의 150분의 1, 인구 50만 이상 100만 미만의 시·군 및 자치구는 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1 이내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청구권자 수 이상이 연대 서명하도록 하여 청구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제13조 주민청구조례안의 심사 절차에서 지방의회는 주민청구조례안이 수리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해당 조례 안을 의결하되, 필요한 경우 본회의 의결로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만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주민청구조례안은 ‘지방자치법’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다음 지방의회의원의 임기까지는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것 때문에 폐기되지 않도록 했다.

2020년 통과된 지방자치법은 주민주권과 보충성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주민이 지방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 광역자치단체, 중앙정부가 도울 뿐이다. 이제 주민은 객체적 참관자치가 아닌 주체적 참여자치를 구현해야 한다. 주민조례발안법률 제정으로 주민이 직접 입법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지방의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탓하는 주민이 있다면 그 누구도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법률이 주민주권실현에 크게 활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