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前국정원장, SNS ‘훈수’ 넘어 정치 재개 시동 “민주당 떠난건 정치인생 가장 큰 오점” 사과 地選 참패 민주당 내홍…‘방향타’ 역할 주목 김재정 기자

2022년 06월 06일(월) 20:00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6·1지방선거 이후 정치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정원장 퇴임 이후 SNS를 통한 ‘훈수’에 국한돼 있던 박 전 원장의 정치 활동은 6일 5·18국립묘지 참배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2연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내홍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원장이 정치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참배한 데 이어, 오후 4시10분에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 김홍일 전 국회의원 등과 함께 5·18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최근 별세한 정동년 전 5·18재단 이사장 묘역도 찾았다.

이날 박 전 원장은 광주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민주당에서, 어떻게 됐든 안철수신당에 참여했고 국정원장 때문에 당적을 가질 수 없었지만 6년 간 민주당을 떠나 있었다”며 “제 인생, 제 정치에 가장 큰 오점 중 하나다. 민주당, 당원, 국민, 그리고 광주시민을 비롯한 호남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복당과 관련, 그는 “빨리 하라는 사람도 있고 기다리라는 사람도 있다.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고 당당하게 당원으로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복당하면 비대위, 당대표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어 망설여지지만 소신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은 “(제가) 2선에서 도와야지 1선에 나서,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비대위, 당대표 이런 일은 없다. 원로급 추천하더라도 1선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은 뒤 “새로운 비대위는 민생경제 대안을, 브레이크 없는 윤석열 정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당으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원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7일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일정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7일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님 내외분께 인사를 드리고 상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또 같은 날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나겠다는 계획도 함께 소개했다.

박 전 원장은 “10일에는 동작동 현충원에서 열리는 고(故)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 참석, 김대중 전 대통령님 내외 분께 (앞으로 활동에 대한) 각오를 다짐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정치 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특히 박 전 원장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5일에도 박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요즘 민주당 집안 사정을 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떠오른다. 대선, 지선에서 2연패 했으니 노선 투쟁 등 피 터지게 싸우라고 한 것은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민생·개혁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라는 뜻이었다”며 “민생·개혁 방향타는 실종되고 인신공격만 난무한다. 국민이 납득하는 싸움을 해야지 너 죽고 나 살자 한다면 3연패가 기다릴 뿐이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처럼 총구를 앞으로 돌려라”라고 민주당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 같은 박 전 원장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후 민주당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행보 본격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 비대위 구성 과정이나 향후 전당대회를 전후해 ‘원로’로서 방향타를 잡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