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참사 1년, 끝까지 책임 물어야

2022년 06월 09일(목) 20:07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끔찍한 악몽이었다.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붕괴참사 1년을 맞았지만 책임 규명을 위한 재판은 진행 중이고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사례에서 보듯 건설 현장 곳곳에는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 보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만연한 부조리, 비리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학동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상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일순간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멈춰선 시내버스를 덮쳤다. ‘운림54번’ 버스는 통째로 매몰됐으며 승객 9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부실한 하부 보강, 해체계획서 미준수, 과다한 살수 등에 따른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아울러 다단계 재하도급으로 공사비가 과도하게 삭감된 것도 작용했다.

황망하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과 지역민들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재판 내내 “내 탓이 아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과실 당사자들의 뻔뻔한 태도다. 또 지자체와 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제도 개선안 역시 현장에 적용하기엔 실효성이 부족하고, 특히 시공사에 대한 솜방망이 수준의 과징금 부과 처분까지 분통을 터트리게 만든다.

광주시와 동구는 1주년 추모식을 열어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일상을 위협하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했다. 앞서 광주시는 건축·해체 공사장 안전 점검, 관리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지원 조례를 개정해 추모일 지정, 추모 공간 조성 등 근거를 마련했다. 국회에서는 철거현장 내 상주 감리자 배치를 의무화한 이른바 ‘학동참사 방지법(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빼앗기고 유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후진국형 인재가 분명한데도 상응하는 처벌을 못하고 있다. 누차 강조했듯 더 이상 ‘사후약방문’식이 되지 않도록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하고 자행된 불법행위를 제대로 뿌리뽑아야 하겠다.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