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을 어찌하나 민주당 내부, 비판·우려 목소리 커져 강성 지지층 막무가내식 행태 선거패배 원인 부상 ‘문자 폭탄’ 받은 홍영표, 내부 조직적 배후설 제기 이재명 “모멸감 주면 반감 더 키울 것” 자제 당부 김진수 기자

2022년 06월 09일(목) 21:07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강성 여성 지지층을 일컫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부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3번 연패한 원인 중 하나로 강성 지지층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당이 끌려 다녔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야권 원로인사인 유인태 전 의원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개딸’과 관련,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부터 3번 연거푸 진 것도 저런 강성 팬덤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며 “강성 팬덤이 자산일 수는 있지만 거기 끌려다니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1천-2천개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개딸’과 관련해 “비공개 의원총회 발언이 강성 지지자들한테 전달되고 그것 때문에 의원들이 공격 받는다”며 당 내부의 조직적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강성 지지자들, 또 팬덤 이분들은 일단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다”며 “인신공격 정도가 아닌 거의 협박하고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일일이 제가 대응할 수도 없고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개딸’의 규모를 8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 이들이 ‘문자폭탄’ 같은 공동 행동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개딸’들은 이재명 의원이 국회로 첫 출근한 지난 7일 국회 정문 앞과 민주당 당사 앞에 축하 화환을 각각 수십 개를 보내 환영했다. 화환 문구에는 ‘이재명을 당대표로’, ‘이재명 의원님 저희 믿고 하고 싶은 일 다하세요’, ‘금쪽같은 내 새끼 이재명’, ‘이재명 건들지 마라’, ‘이재명 건들면 부숴 버릴꺼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앞서 지난 8일 이탄희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0명 공동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1차 토론회’에서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당을 떠도는 2개의 유령을 극복해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이재명 고문에 대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유령과 문 전 대통령 관련 ‘잘했져’(잘했지만 졌다) 유령”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정치인의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자화자찬’ 성격의 목소리가 당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억누르면서 정작 반성과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당내에서 ‘개딸’의 활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나아가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재명 의원이 직접 나서 이른바 ‘문자폭탄’에 대해 “도움은 커녕 해가 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이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직후 이재명의 동료들이 보여준 권리당원 입당, 좋은 정치인 후원, ‘할 수 있다’는 격려 공감 포지티브 운동, 댓글 정화 등은 새로운 정치문화로 각광받았다”면서 “그런데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넘어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를 하거나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행동을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입장이 다르면 존중하고 문제점은 정중하게 합리적으로 지적하며 자신의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공감을 확대하는 방법”이라며 “모멸감을 주고 의사 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울 것”이라고 거듭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국회 등원을 기념해 보낸 화환에 대해서도 “보내주신 화환은 매우 감사했다”면서도 “앞으로는 좋은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더 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