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정 ‘있으나 마나’ 지자체 실질적 단속 없고 과태료 부과도 0건 행인 “덥고 습해” 상인 “현실적으로 어려워” 김다인 기자

2022년 06월 09일(목) 21:08

지난 7일 광산구 수완지구 상가 골목에 설치된 보도블록 옆으로 에어컨 실외기 6대가 2m 높이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설치돼 있다./김다인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가동이 시작되고 있지만 건물 밖 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정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아 시민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설치 규정 준수를 관리 감독해야 할 각 구청은 점검을 소홀히 하는 등 실외기 설치 규정 미준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광주 5개 구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에어컨 설치 규정 위반 단속 적발 건수는 동구 0건, 서구 9건, 남구 13건, 북구 7건, 광산구 0건이다. 이중 과태료 부과 사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3조 3항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만약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배기 장치의 열기가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배출구 커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할 구청 대부분이 주기적인 점검이 아닌 민원이 들어오면 확인 후 계도 조치를 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었다.

지난 7일 서구 상무지구 일대를 둘러본 결과 에어컨 실외기 설치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치평동의 한 유흥업소는 입구에 에어컨 실외기만 4대가 설치돼 있어 지나가는 시민들은 실외기와 가까워질수록 멀리 떨어져서 걷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가게 손님들은 물론 지나가던 시민들에게까지 에어컨 바람이 그대로 닿는 상황이었다.

지나가던 시민 윤모(47)씨는 “지금이야 참을 수 있다지만 한여름에 실외기 앞에 지나갈 때 더운 김 내뿜는게 느껴질 때면 짜증이 확 난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광산구 수완지구 한 식당가 골목은 지나가기 편하게 통행로가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 30cm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6대의 실외기가 설치돼 있었다. 때문에 실외기 열기에 닿기 꺼려하는 지나가던 시민들이 반대쪽 나무에 붙어 걷는 모습이 연출됐다.

동구 한 횟집의 경우 크기가 다른 에어컨 실외기 세대를 위로 쌓아 올리고 있어 자칫 바닥에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이렇듯 에어컨 실외기를 쌓아올린 모습은 광주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 규정을 지키지 않은 동구의 한 백반가게 주인은 “2m 규정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법을 지키기 위해 이것저것 설치하는게 더 돈이 많이 든다. 다 둘러봐도 지키는 가게 하나 없다”며 현실적으로 설치규정을 따르는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만약 에어컨 실외기를 2m 이상 떨어뜨려 설치하지 않을 경우 인근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로 인해 화재의 위험이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1천168건의 에어컨 화재로 4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쳤으며 약 5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의하면 광주시 에어컨 관련 화재는 2019년 9건, 2020년 13건, 2021년부터 현재까지 10건으로 매년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김관호 북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본격적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하는 시기가 오기 전에 전선과 실외기 상태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에어컨 실외기 주변에서는 담배꽁초 등 화기 취급에 주의해 올 여름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여름철이 되면 에어컨 실외기 민원이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이달 중으로 상가 위주 점검을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