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전봇대 무단점용 한전의 몰염치

2022년 06월 13일(월) 22:46

한국전력공사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황룡동 416-2 일원 황룡강 부근 송정 2교에서 신서창교 사이 약 4천m 구간 전봇대 85기에 대해 최근 영산강환경유역청에 점용 허가를 신청했다. 한전은 지난 2000년-2010년 37기, 2010년-2020년 44기, 2021년 4기 등이 설치됐음에도 수십년 동안 무단으로 이용한 사실이 탄로난 것이다.

관할 영산강청은 물론이거니와 광산구도 사실상 손을 놓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부실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민원인이 위태롭게 서 있는 시설에 대해 유지보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다시 몇 해를 더 장기 방치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게다가 해당 구간은 차량 통행이 적지 않은 곳으로 민원인의 말처럼 고압 전신주가 심하게 기울어져 이를 지탱하는 지선 축이 늘어져 지나다닐때 마다 불안불안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부랴부랴 한전 측은 영산강청에 점용 신청서를 냈다. 사태를 파악한 광산구도 공식 절차를 밟아 유지 관리와 점용료 통보를 마쳤다고 한다. 해당 전봇대가 인근에 전기 공급 선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철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한전에는 법적으로 20여년의 점용료는 청구할 수 없어 소급으로 5년 치만 청구하게 됐다. 그 액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구구한 억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명백한 불법행위로 간주해 보다 강력하게 고발 등 사후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 듯 한데, 어지간히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전이나 영산강청, 광산구가 대수롭지 않게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빈번하게 차량이 오가는 도로와 인접하고 있어 하마터면 상상 못할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철저한 조사로 책임 소재를 가리고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누락된 시설을 파악하는 등 일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관련 업무 지침을 정비하고 담당자 교육도 해야 한다. 제반 관리에 허점이 있어선 안 된다. 한전의 전봇대 무단점용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개운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