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파랑길 58코스(여수 구간) 한적한 해변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다, 여백을 채우다 |
| 2022년 06월 14일(화)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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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산을 등지고 있는 서촌마을 앞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남파랑길은 서촌마을 앞 들판 가운데로 난 농로를 따라서간다. 들길을 지나 석교마을 방향으로 가는 도로를 만난다. 걷고 있는 도로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좁고 길게 들어와 있다. 썰물 때가 아닌데도 갯벌이 드러나 있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이곳은 갯벌 일색이 된다. 갯벌에서는 바지락과 고막이 양식된다.
제방을 거쳐 해변 산자락 임도로 접어든다. 바다를 막은 조그마한 석교제방 안쪽으로 넓지 않은 논과 석교마을이 바라보인다. 해변 산자락을 돌아가자 또 하나의 작은 제방이 나온다.
옥적제방 안쪽으로 네모반듯한 논들이 펼쳐지고 농경지 뒤로 옥적리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제방을 막기 전에는 이곳 농경지는 바다였을 것이다.
논길을 지나 임도를 따라 언덕 하나를 넘자 마상마을이다. 마상마을에서는 낮은 산봉우리들 사이로 여자만이 바라보인다.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아래쪽에 조그마한 마상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
주변 밭에서는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이곳 옥수수들은 열매를 맺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여수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일찍 심어 강원도 등 다른 지역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수확한다. 여수시 화양면에서 주로 재배하는 옥수수는 6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한다. 옥수수는 여수시의 지원으로 돌산갓, 거문도해풍쑥과 함께 여수지역 대표 농특산물로 집중 육성중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감도해변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감도해변은 높지 않은 불암산이 감싸고 있다. 불암산에서 북서쪽으로 낮은 언덕을 이루며 뻗어나간 산줄기는 900m 정도 여자만으로 돌출해 곶을 이뤘다.
바다로 가늘게 뻗어나간 감도곶은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여자만에 떠 있는 섬 여자도를 바라보고 있다. 용의 목에 해당하는 언덕 양쪽 해변에 감도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해변에 길쭉하게 자리한 감도마을은 앞쪽으로 여자만이 넓게 펼쳐진다.
여자만 뒤로는 고흥반도를 이룬 산봉우리들이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감도해변은 부드러운 타원형인데 갯벌을 이룬 주변과는 달리 몽돌해변이다. 마을 뒤 언덕은 밭을 이루고 있는데, 이곳 밭 역시 대부분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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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안겨오는 넓고 잔잔한 바다가 내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파도소리마저 멎어버린 해변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삶의 속도가 저절로 늦춰지고 가슴 속에 여백이 생긴다. 삶의 여백이야말로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인데, 우리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늘 바쁘고 조급하다.
감도해변을 따라 걷다가 마을 뒤 옥수수밭을 지나 낮은 언덕을 넘으니 북쪽에도 감도마을 가옥들이 해변을 끼고 있다. 해변길을 걷고 있는데 잠시 후 만나게 될 이천마을이 북쪽에서 손짓한다. 감도곶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소운두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소운두도 뒤로 자래섬과 운두도가 나란히 서 있다.
중촌마을길을 지나 임도를 따라 걷는다. 무더운 오후 날씨 속에서도 임도 숲길이 시원하다. 길은 고개를 넘어 소옥저수지로 이어진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소옥저수지와 소옥마을을 지날 때는 지척에 해변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임도를 따라 낮은 고개를 넘어서자 다시 여자만이 펼쳐진다. 발아래에 이천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완만하게 타원을 그린 이천해변 앞에는 운두도와 자래섬, 소운두도가 나란히 바다에 떠 있다. 소운두도와 가깝게 다가와 있는 감도곶도 이들 섬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감도곶과 세 섬으로 감싸인 이천마을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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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두도 자래섬 소운두도 뒤로는 고흥반도와 벌교 인근 산들이 하늘과 경계를 이룬다.
세 개의 작은 섬 중에서 가장 큰 운두도에만 사람이 산다. 운두도에서는 11가구가 거주한다. 섬 주민들은 계절에 따라 전어와 장어 새우잡이를 한다. 그리고 섬 근처 갯벌에서 바지락을 채취한다. 세 섬의 행정구역은 여수시 화양면 감도마을에 속한다.
마을 뒤편 언덕에서 바다와 섬, 곡선을 이룬 해안과 마을을 바라보며 한동안 넋을 잃는다.
평지보다 높은 곳에서 넓게 펼쳐지는 경관을 바라보는 멋은 그림으로 보자면 부감법이다. 바다와 섬, 해변마을이 어울린 모습은 마을 뒤편 높은 언덕이나 산비탈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오천마을에 도착하자 해변가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사람들은 물론 길손들의 쉼터역할을 해준다. 더운 날씨라 마을 노인들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오천마을 앞을 지나면서부터는 방파제로 막아놓은 해변 시멘트길을 따른다. 오천마을 앞바다에는 이름 없는 작은 섬 하나가 육지에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밀물 때라서 완전한 섬으로 돌아갔지만 물이 빠지면 작은 무인도 주변은 완전히 갯벌로 바뀐다.
해변길 위쪽 언덕에는 제법 규모가 큰 펜션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곳 펜션들은 여자만과 화양반도, 고흥반도가 만들어준 멋진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해변길을 걷는데 바로 아래에서 바닷물이 출렁이고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바다향기를 전해준다.
해안선을 따라 돌고 돌아가는 방파제는 해상데크로 이어진다. 808m에 이르는 데크로드는 해변과 근접한 바다 위에 놓여 있다. 해상데크 위를 걷고 있는데 바다 위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드넓게 펼쳐지는 여자만은 한없이 잔잔하고, 여자만 뒤 북쪽 멀리 순천시 별량면의 산줄기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푸른 바다는 파란 하늘을 품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은 산봉우리들과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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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기방조제에 도착했다. 방조제 안쪽은 넓은 들판이다. 원래는 안쪽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방조제를 막아 250여ha에 이르는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간척지는 대부분이 논으로 개발되고, 방조제 주변은 조류지로 남았다. 41만㎡ 규모에 이르는 관기방조제 조류지는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가사리 쪽에 수만 평의 갈대밭이 만들어졌다.
여수시에서는 관기방조제 조류지를 가사리생태공원으로 지정하고 습지에 형성된 갈대밭에 데크로드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생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관기방조제 바깥쪽은 갯벌을 품고 있는 바다로 수많은 생명이 살아간다. 관기방조제를 건너면 행정구역이 여수시 소라면으로 바뀐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58코스는 여수시 화양면을 이루고 있는 화양반도 마지막 코스로 리아스식해변과 해변마을이 고즈넉하다. 드넓은 갯벌과 여자만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서촌마을→마상저수지→감도마을→소옥마을→이천마을→오천마을→가사리생태공원
※거리, 소요시간 : 15.6㎞, 5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서촌마을 버스정류장(전남 여수시 화양면 화서로 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