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 정지윤

2022년 06월 19일(일) 19:30

정지윤

서로 등을 바라보는 저녁
눈과 귀는 늘 억울하다
희망은 없는데
믿고 싶은 것들은 많아졌다

날마다 뉴스 앞에서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시집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안녕, 2022.)


[시의 눈]

어느 때부터일까요. 감옥 같은 창문 사이 각방을 쓰던, 그 유배에서 마침 돌아오는 저녁입니다. 아직 냉전기류는 마지막 탄피 속 연기처럼 피어오릅니다. 아이들 눈총은 따발총질, 내 포탄보다 먼저 짖어대니 어쩌겠어요. 한일합방이듯 어색한 ‘등을 바라보고’ 잠을 청합니다. 말똥말똥 상대의 등에 난 사마귀를 생각합니다. 발치 앞 ‘뉴스’는 그저 들리고만 있지요. 방안엔 사람과 침대, 티브이, 한랭전선에 머물렀어요. 전혀 ‘희망 없는’ 식당운영에 싸움의 비도 잦았어요. 끝이 보이지 않은 코로나, 굼뜬 정부가 그걸 더 부채질해요. 사기를 당해 나조차 믿을 수 없다고 싸우던 그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어요. 우린 서로 내 편이 돼 달라고 애들에게 주장해 왔습니다.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애들은 고민하는 척만 합니다. 끄응, 마지못해 등 쪽으로 돌아눕습니다. 살짝 그의 잠옷을 만집니다. 그의 ‘편파’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끓는 주먹을 휘둘려다가 저냥 점령당한 고지의 깃발처럼 내립니다. 이제 침실 안도 조용히 늙어가야 할 무덤의 때가 온 듯 싶군요. 편파총(塚)에 서낭당 돌 하나 얹어요. 정지윤 시인은 용인에서 나, 2015년 경상일보에 시, 2014년 ‘창비어린이’ 신인상에 동시, 2016년 동아일보에 시조로 등단해, 시조집 ‘참치캔 의족’(2020),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2014)를 냈습니다. 그는 사람과 자연의 교감되는 흐름을 생태의 긴한 붓으로 점묘하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