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계란, 꽃으로 피다 / 박경화

2022년 06월 26일(일) 19:31

박경화

식은 밥 볶아놓고 프라이한 계란 하나
터진 노른자위를 에두르던 흰자위가
둥글게 끌어안는다, 상처도 꽃이 되는지

목청 놓아 홰치는 꿈 넘어서지 못한 채
뜨거운 불 위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길
온전히 저를 버리면 꽃이 되어 다시 오나

저렇듯 등 뒤에서 누가 깍지 껴 준다면
오롯이 하나 되어 사랑도 익는다고
개망초 곱게 핀 밥상, 햇살 스룻 앉는다
(시조집 ‘허공에 기대다’, 목원예원, 2021.)


[시의 눈]

요리 젬병인 나도 계란프라이 하나 쯤 피어내듯 상에 올릴 자신은 있지요. 시인이 일러준바, ‘식은밥 볶아’낼 때 거기 금상첨화 올라온 ‘개망초꽃’이라네요. 어떤 땐 ‘노른자위’ 터지면 흰자위가 동글 살리기도 합니다. 산야에 개망초꽃이 오늘 밥상에 올라 점심을 맞습니다. 어느 여름 독서에 빠져 있을 때, 날 등뒤에서 활짝 ‘깍지껴’ 주며 ‘누구게?’ 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오랜 세월 그완 단짝이었지요. 헌데, 몇 해 전 죽마고우는 세상을 떴습니다. 아직도 내 등은 그의 깍지로 온화합니다만…. 해서 고향 들녘에 왔지요. 개망초꽃 한 다발을 칡넝쿨로 ‘깍지 껴’ 그의 무덤 앞에 ‘스롯’ 놓습니다. 꽃 얹은 밥그릇 속에 그가 동그마니 웃습니다. 난 계란프라이를 나중에 먹으려 잠깐 돌려놓지요. 박경화 시인은 경주에서 나, 2015년 한국시조협 공모전 장원, 제1회 백수문학상 신인상, 2016년 ‘시조21’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언어의 군살을 걷어낸 근육의 값으로 시의 단아함을 사는 시인입니다.<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