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야외 운동기구 애물단지 전락 기구 녹슬고 오물 도배된 바닥 방치…낙상 사고 우려도 관리 조례 바닥재 ‘안전 설치’ 명시 불구 명확한 규정 없어 환경 개선 시급…구청 “한정 인원·예산 수시 점검 어려워” 안재영 기자

2022년 07월 03일(일) 19:59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야외운동기구가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관리되지 못해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확인한 광주 북구 문흥동(왼쪽)과 서구 덕흥동(오른쪽) 야외 운동기구들./안재영 기자

“기구도 녹슬고 바닥도 위험해서….”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설치된 야외운동기구가 관리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수시 관리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또 각 자치구 야외운동기구 설치 및 관리 조례에 ‘기초와 바닥재는 안전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안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일부 야외운동시설 바닥은 완충제가 아닌 일반 벽돌로 도배돼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8시께 찾은 북구 문흥동 276-10 일대.

문흥동 대주아파트와 문흥동 성당 사이에 설치된 이곳 야외 운동시설엔 ‘앉아 당기기’, ‘팔관절 운동’, ‘허리 마사지’, ‘하늘 걷기’, ‘달리기’ 등 5종의 기구와 벤치가 설치돼 있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이곳까지 산책로를 겸한 보행로도 길게 뻗어 있어 이날 아침 산책에 나선 주민들은 시설 그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각종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주민은 드물었다.

손잡이를 비롯한 기구 군데군데가 녹슬었고 바닥 곳곳은 새들의 배설물로 하얗게 물들여져 주민들은 “누가 쓰고 싶겠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또 시설 바닥이 푹신한 재질이 아닌 딱딱한 벽돌인 탓에 낙상 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 탓에 주민들은 있어도 사용하지 않게 되는 야외운동시설과 기구를 두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주민 김모(55)씨는 “기껏 설치된 시설이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설치 목적에 맞게 주민들이 애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비슷한 시각 찾은 서구 덕흥동 일대 야외운동시설 역시 관리 상태는 미흡했다.

주택가 인근에 구비된 야외운동기구 중 벤치 바로 옆 기구는 겉 도색이 벗겨져 불그스름한 녹이 그대로 들어났고, 내부엔 거미줄이 무성하게 쳐져 사용 여부를 의심케 했다.

또 바로 옆 기구들과 달리 이름은 물론 어떠한 사용 설명도 없고 이곳 바닥 역시 딱딱한 벽돌로 도배돼 주민들은 “배려가 부족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곳 주민 양모(62)씨도 “주민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반갑지만 실제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됐으면 한다”고 바랬다.

이러한 가운데 광주 북구와 서구에 따르면 각 자치구는 ‘운동기구 설치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시설물에 대해 일제조사와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연 1회정도 점검을 진행하며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수시로 이상 여부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여의치 않다는게 각 자치구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또 설치 기준과 관련, 기초와 바닥재는 안전하게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과 설명이 없어 각 시설마다 바닥 재질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일선 자치구 한 관계자는 “상위법이나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상 바닥재에 대한 일정한 규정이 없어 시설마다 차이점이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시설을 확인하고 조취를 취하지만 관리 인력에 비해 기구가 많고 널리 분포돼 수시 확인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