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디 높다” 어르신 진땀 빼는 비대면의 벽 광주 유스퀘어 2020년 무인발권기 도입…도움존 1곳뿐 주요 은행도 비대면 예·적금만 ‘최고 우대금리’ 적용 등 양시원 기자

2022년 07월 04일(월) 19:50

코로나 장기화에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키오스크 등 무인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지만 고령층, 외국인, 장애인 등은 ‘디지털 소외’ 가속화에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4일 오전 광주 유.스퀘어에 설치된 무인 발권기 대신 직원이 응대하는 도움존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

“다른 사람들 기다릴까봐 그것(키오스크) 있는 데는 들어가지도 않지. 혼자서 표도 못 끊고, 할 수 있는 게 점점 사라지는 거 같아”

4일 오전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이른 시간이지만, 무인발권기(키오스크·KIOSK) 앞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유.스퀘어에서 고속·직행버스 승차권 발권 업무 담당 직원이 사라진 때는 지난 2020년 1월1일이다. 유스퀘어는 모바일 승차권 발권이 증가함에 따라 현장 매표 창구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대신 키오스크를 기존 매표 창구와 승차홈 등에 22대를 배치하는 등 ‘키오스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는 유일하게 국가 유공자와 군인 후불 결제를 위한 창구 1곳만 운영되고 있고 별도로 전체 키오스크 중 도움존 1곳을 마련해 2명 가량의 인원이 유동적으로 무인발권기 안내를 돕고 있다.

문제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고속버스터미널 이용객이 증가함에 따라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속버스터미널 특성상 해남, 진도 등 상대적으로 키오스크 같은 스마트 기술 및 장치를 접하기 어려운 전남지역으로 오가는 이들이 많은 데다 광주 산업단지에 일을 하러 온 외국인들도 상당수여서 실제 이날 유.스퀘어 승차권 무인발권기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화면을 한참 보다가 자리를 뜨는 이들이 쉽게 목격됐다.

키오스크 조작을 통해 도착지부터 좌석·시간 지정과 결제까지 7번의 과정이 소요되는데, 이용 관련 별다른 안내문이 없는 것도 해당 키오스크가 낯선 이들에게 2차, 3차의 벽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은 2명 가량의 인원밖에 배치되지 않은 도움존 1곳으로 몰려 긴 줄이 생긴 것과 달리 여러 대의 키오스크는 텅텅 빈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날 승차권 발권을 위해 키오스크를 이용하던 양모(79)씨는 조작 도중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도와줄 사람을 찾기도 했다.

양씨는 “해남에서도 외곽에 사는데 올 때까지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돌아가려 하니까 이 모양”이라며 “핸드폰도 2G폰을 쓰고 단축키 정도로 지인과 통화만 하는데, 이것(키오스크) 조작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양씨는 이어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도 눈치 안 보고 티켓을 끊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조금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유.스퀘어는 물론 일상생활과 밀접한 외식·금융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코로나 장기화에 비대면 서비스를 확충함에 따라 고령층과 외국인, 장애인 등의 ‘디지털 소외’가 가속화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주요 업종별 가맹점 신규 개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자동판매기와 같은 무인결제 신규 매장은 코로나19 영향 이전인 2019년 1-9월 대비 440% 증가했다.

시중 주요 은행들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같은 비대면으로 가입할 경우에만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날 기준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한눈에’ 코너에서 1천만원을 1년간 예치할 때 금리를 살펴보니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모두 최고 우대금리 상품이 비대면으로만 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터넷·모바일 사용이 서투른 고령자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