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展 오는 18일까지 해록예술회,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구라탑’ ‘수탄장’ 등 아픈 역사 지닌 풍경·정물 선봬 최명진 기자

2022년 07월 05일(화) 19:06

신계순作 ‘고향산’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이름 붙여진 소록도는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주거지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소외와 억압을 받아왔다. 편견의 아픈 역사를 지닌 채 치열하게 살아온 소록도 미술인들의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해록예술회(회장 김기춘)와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 토포하우스(대표 오현금)가 공동 주최하는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전이 오는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의지와 ‘해록예술회’가 출범하는 데 산파 역할을 맡았던 해록예술회 고문인 고흥 남포미술관의 곽형수 관장의 노력, 전남문화재단, 국립소록도병원과 고흥군, 그리고 토포하우스의 협조로 이뤄졌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소록도의 중앙공원의 상징인 한센병 퇴치를 염원하는 ‘구라탑(救癩塔)’, 환자들과 자녀들의 슬픈 만남의 장소인 ‘수탄장(愁嘆場)’, 남생리 등대, 식량 창고 등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풍경들과 정물, 그리고 서예작품 등이다.

강선봉作 ‘수탄장’

박용채作 ‘설경’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70-80대의 고령에 한센병의 상흔으로 손발이 불편한 이들이지만, 작품 활동은 그들에게 소망과 용기를 주며,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곽형수 관장은 그동안 국립소록도병원 중증환자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재능 있는 소록도 주민들이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매년 전시회를 마련해 왔다. 2011년 열린 ‘소록도, 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 특별전은 국립소록도 병원에서 선보인 첫 전시였다. 한센병후유증으로 손가락이 없어 작품 제작이 어려운 손에 끈으로 붓을 묶어 작품을 제작하는 등 열의를 다해 마련됐으며, 전시 오프닝을 감동의 울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2013년 소록도 병원 뒤편 옹벽에 크라우드 펀딩과 전문 작가의 도움을 얻어 소록도와 한센인들의 삶을 기록한 길이 110m 벽화를 제작, 설치하는 등 소록도 주민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 진력해왔다.

김기춘 회장은 “이번 전시가 작가들의 자긍심을 고취함은 물론 이를 통해 소록도 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록예술회 관계자는 “소록도와 한센병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더불어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환란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며 소망을 가꾸어 온 소록도 주민들이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치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춘作 ‘무인도’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