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화하고 있는 마약범죄, 대책마련 시급하다 / 김희준

2022년 07월 07일(목) 19:35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 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마약범죄가 갈수록 연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텔레그램 마약방’을 직접 개설해 운영하면서 필로폰, 엑스터시(MDMA), 대마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해외상선’으로부터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이 학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20-30대를 중간판매책과 환전책, 인출책으로 이용하기까지 했다. 어른들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고등학교 3학년생이 마약범죄조직을 구성하고 밀수에까지 손을 뻗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마약범죄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니 매우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검찰청 ‘마약류범죄백서’(2012-2021)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송치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대치인 450명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1년에는 41명이었는데 11배나 증가한 것이다. 최근 5년간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7년 119명→2018년 143명(20.2%)→2019년 239명(67.1%)→2020년 313명(31.0%)→지난해 450명(43.8%)으로 매년 급증했다. 마약범죄는 다른 범죄들과 달리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사건이 훨씬 많은 대표적인 암수범죄이다. 마약범죄는 그 특성상 밀수, 판매, 투약사범 모두 서로 공범관계로 얽혀있어서 범행이 은밀하고 자진신고율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마약범죄의 평균 암수율(검거 대비 실제 발생범죄 수를 계산하는 배수)은 28.57배로 산정되는데 여기에 지난해 10대 마약류 사범 450명을 곱하면 지난해 전체 10대 마약사범 숫자는 1만2천857명으로 추산된다.

마약사범 평균 연령대도 최근 10년 새 급속도로 연소화되고 있다. 2012년 전체 마약사범 중 38%를 차지했던 40대는 2019년 절반 수준인 21.7%로 줄었고 대신 30대가 25.7%로 연령별 1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2년 후인 2021년에는 20대가 5천77명(31.4%)이 검거되면서 연령별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비중이 8.2%에 불과했던 20대가 10년 만에 국내 마약범죄의 주류가 된 것이다. 20대가 마약사범의 최다인 것은 10대 청소년 때부터 마약을 접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근 적발된 10대 마약사범들 중에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부유층 자제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학생들도 많다. 즉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이 마약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 중심으로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존과는 마약거래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전형적인 마약사범들끼리 직거래를 통한 대면거래가 주를 이루었으나,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이나 다크웹(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특수 웹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웹. ‘딥 웹’이라고도 불린다)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금결제도 은행송금 등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하고 있다. 마약은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해 손쉽게 수령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일은 없고 전화·e메일 등 통신기록조차 남기지도 않는다. 이와같이 마약거래는 인터넷과 가상화폐의 등장에 따라 갈수록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는데 반해 수사기관의 수사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작년에 수사권조정이 되면서 검찰에서는 단순투약이나 소지 등은 수사를 할 수 없게 제한되었고, 검 · 경간 힘겨루기로 공조수사도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마약범죄에 대한 대응역량은 더욱 약화됐다. 또한 마약은 대부분 해외에서 제조돼 국내로 밀수되는데, 이를 단속할 관세청의 마약 전담 인력은 7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인원으로 전국의 모든 공항·항만 등을 통해 들어오는 마약을 제대로 적발해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약사범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처벌 못지않게 사전 예방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마약예방교육 시스템이 사실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마약에 중독된 뒤 재범을 막을 치료·재활 인프라도 부실하다. 전국 21곳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가운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인천의 참사랑병원, 경남의 국립부곡병원 등 단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소식 재활 시설은 민간단체인 경기다르크협회가 경기 남양주시에서 운영하는 한 곳뿐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마약청정국이란 그릇된 믿음에 갇혀 치료·재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재범을 막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 마약사범들이 급속도록 늘어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되지 않아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필자는 검사시절 물뽕(GHB)과 프로포폴 수사를 최초로 해서 마약류로 지정되도록 하는 등 많은 마약수사경험을 통해 마약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마약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범 정부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해서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소중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