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용진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힘들었지만 영광이었고 평생 새기고 가겠다” 9년3개월간 임기 마치고 8일 퇴임 직원 30여명·예산 100억 성장 결실 해외마케팅·판로 확보 등 기업 지원 광산업 발전 기틀 ‘법 제정’ 뜻 깊어 박은성 기자

2022년 07월 07일(목) 22:06

조용진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인생 1막은 광주시청 공직생활, 2막은 한국광산업진흥회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인생 3막’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8일 퇴임하는 조용진(69) 한국광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이제는 광주의 명실상부한 대표산업으로 자리잡은 광(光)산업을 생각하며 지난 9년3개월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조 부회장은 진흥회 출범 13년째인 2013년 4월 취임, 줄곧 광산업 발전을 위한 여건 조성 등에 앞장서왔다.

진흥회는 앞서 지난 2000년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광산업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출범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광주는 광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데다 정부의 지원마저 부족해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조 부회장 취임 당시 진흥회 직원은 10명 내외, 예산은 기껏해봐야 30-40억원 정도였다. 또 광산업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조차 없었고 정부는 ‘12년간 지원했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더 지원하겠냐’라는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겠다’는 조 부회장의 굳은 결심과 신념 아래 꾸준히 노력한 결과 광주의 광산업은 부산의 신발산업, 대구의 섬유산업과 견줘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지역 대표산업으로 우뚝 솟아 올랐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조 부회장은 “세상에서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없듯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끝에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힘들었지만 영광이었고, 평생 새기고 가야할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퇴임 소회가 남다를 거 같은데?

-공직자로 살다 국가 산업 발전과 광산업 기업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크고 작은 성과를 남기고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진흥회 회장님과 직원들, 광융합 기업체, 산업부 및 광주시 등 많은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상근부회장 재직동안 추진성과 및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 ‘광융합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지원법’을 제정시켜 국내 광융합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법 제정 과정에 박광태 전 광주시장님과 당시 국회 산자위원장이었던 장병완 의원, 법사위 위원이었던 박지원 대표께서도 힘을 실어 줬기에 가능했다.

이를 근거로 우리 진흥회가 산업부로부터 ‘광융합발전 전담기관’으로 지정받았고 광융합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조직 운영측면의 성과도 나름의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취임 초기 불과 10여명이던 직원을 30여명으로, 30억원 정도였던 예산을 100억원 이상으로 성장시켰다. 이는 외형의 확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신바람 나는 직장으로 만들고 내부 역량을 10배 이상 강화시킨 혁신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또 지역단위 및 공공기관 대상 LED 조명 보급 민자사업을 발굴 및 추진했던 것도 보람 중의 하나다. LED 조명 보급사업을 통해 국내 LED 보급률 향상뿐만 아니라 진흥회 사무국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직원 복리후생 증진 등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이뤘다.

▲코로나19로 해외 마케팅 지원에 애로가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했는지?

-광산업은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떠한 돌파구가 필요할까?라고 스스로에게, 또 기업들에게 질문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답이 바로 ‘현장’이었다.

이에 위탁체제로 운영하던 해외 바이어 관리를 직영체제로 전환했고 전 세계에 21개의 해외마케팅센터를 운영했다. 또 해외 빅바이어 DB 구축을 통해 진성 바이어 발굴·관리로 체계적인 마케팅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진흥회 3층에 ‘365 비대면 종합상황실’을 구축, 국내 기업과 실질 구매력을 갖춘 해외 바이어 또는 해외마케팅센터장을 매칭해 진흥회와 함께 화상회의를 통해 기업들의 수출판로 확보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여기에 진흥회 1층 홍보관 기능을 전면 개편해 전문 인력 양성 교육장을 설치, 구인구직 매칭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와 광주시로부터 광전자부품 분야 인력 양성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

예산 측면에서는 기업들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정부 일반회계 예산인 차세대ICT 융합 및 에너지 효율화 국제 경쟁력 강화 지원사업, 광융합 생태계 기반 조성 사업, 광융합 글로벌 보급 지원사업 등 약 150억원의 신규 국비사업을 발굴해 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종합적인 지원을 비롯해 사업화 컨설팅, 기술·인력 확보, 수출 마케팅 등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해외전시회를 기업 맞춤형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3년 취임 당시 국내 광관련 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참가하고 있는 해외 전시회가 3-4개 정도에 불과했고 참가 기업 또한 5곳 미만 등 해외전시회 참가가 저조했다. 그 원인을 살펴봤더니 전시회 참가준비를 개최 4-5개월 전에 하고 기업 수요 조사 없이 해외 전시회를 나가는 한편 홍보 또한 많이 부족했다.

이에 전시회 개최 1년 전에 기업 수요 조사와 기업 모집, 사전 부스 예약에 따른 선호도가 높은 부스 위치 선점 등 기업 맞춤형 해외전시회 참가 전략과 체계를 확립했다. 아울러 전시회 개최 전·후에 참여 기업과 해외 바이어간에 정보 교환을 위한 사전·사후간담회를 3-4회 개최해 많은 매칭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국제전시회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 날로 늘어나고 있어 OFC, ECOC, Communic Asia, Light Building, Photonics West 등 유망전회시의 경우 신청기업이 쇄도할 정도다.

▲아쉽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는지?

-광융합 분야 조합 육성 사업과 전문인력 양성사업 등을 위한 ‘광융합 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는 점은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정철동 회장님을 중심으로 신임 상근부회장과 직원 모두가 하나 돼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정부 및 광주시에서 앞으로도 광융합 산업 및 진흥회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임기동안 소통에 주력해 온 기업 관계자들께 하고 싶은 말은?

-진흥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현장 소통 강화를 통한 고객만족 경영’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직원들에게도 매월 현장을 찾아가 단순히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청취한 애로사항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적용하기 위한 ‘소통·환류 시스템’을 도입해 맞춤형 지원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일부에서는 ‘광산업 발전이 정체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광산업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000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당시에는 광주의 광산업체가 48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20개사로 늘어나 광주의 대표적 선도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출액 1천136억원에서 2조7천억원으로, 종사자 1천900여명에서 8천400명으로 각각 증가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결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겠는가? 무엇보다 광관련 기업 임직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다.

앞으로 광산업은 광주 산업 발전은 물론 국가의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예인하는 첨단산업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다.

▲퇴임 후 계획이 있다면?

-어릴 때 꿈은 면장이 되는 것이었다. 시골 초등학교 시절, 면장이 그렇게 높아 보이고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다. 면장을 꿈꾸던 소년은 광주시청 말단 공무원으로 인생 1막을 열었다. 1977년 8급 기계직으로 공직에 입문, 32년간 광주시에서만 근무하면서 공보관, 환경녹지국장, 자치행정국장, 기획조정실장까지 역임하는 몇 안되는 ‘토종 공무원’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시청 근무 당시 광주위생매립장과 상무소각장, 동곡동 음식물자원화시설, 무등산 중심사지구 환경 복원 사업 등 굵직한 시 사업을 해결하는 등 ‘집단 민원 해결전문가’로도 통했다.

그 이후 정년이 3년6개월 남아있었지만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여기까지가 인생 1막이었고, 진흥회가 인생 2막이었다. 이제 인생 3막을 시작하고자 한다. 오랜 기간 공직과 진흥회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족과의 시간은 물론 주변 도움을 줬던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이제는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만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박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