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 산책]강진 단상

2022년 07월 10일(일) 19:04

강운 作 '마음산책'

유년 시절 마주하는 풍경은 오래도록 남는다. 시간의 풍상을 겪으며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고요하지만 불안정하고, 섬세하지만 강렬한 감정으로 다가드는 그 풍경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다.

‘마음산책’은 그 기억의 편린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내가 보고 겪은 사람과 바다와 색채의 섬세한 역학 관계를 함의적으로 표현한, 미술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다.

바다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제각각이다.

바다는 그렇게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쪽빛, 진파랑, 비취색, 코발트 블루 등 해변에 따라 바다의 색감이 다르다. 갯벌을 잔뜩 품은 서남해의 바다색은 동해와 제주의 바다색과 완연히 다르다. 바다색은 단순히 색깔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다가 품은 생명에 차이가 있듯, 그곳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다른 까닭이다.

내 고향 강진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일까? 봄 소풍 때 색에 눈뜨게 했던 백련사의 황금색일까? 한참 작업하면서 심취했던, 하늘과 바다가 한 몸이 된 비취색일까? 아니면 유배문화라는 독특한 문화를 반영한 검을현(玄) 두 개로 이루어진 중의적인 자(玆)색일까?

어느 것을 딱히 뽑기가 힘들다. 아마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마음산책’이 답이 아닐까 싶다. 마음산책 작업을 통해 규정할 수 없는 색채를 표현했다. 그게 강진이 아닌가 싶다.

날마다 바다 위로 해가 뜨고 지지만 한 번도 같은 풍경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듯 한 번도 같은 마음은 없다. 하늘과 바다와 마음이 만나는 시간, 이 곳에 서면 뭔가 알 수 없는 내재적 흐름으로 인해 내 마음을 반추하게 된다.

오늘 따라 낙조가 정말 아름답다.

민물이 들어온다. 빛이 파도를 따라서 쫓아 들어온다. 그 길 따라 마음을 산책한다. 지친 영혼, 고독한 마음을 소독하는 시간이다. 이제 모든 색채는 자연에게 넘겨주고 침묵에 들 시간이다.

<강진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