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25 개인전 ‘필연적 조우’, 16일까지 나인갤러리 일렁이는 물결 속 회화의 詩를 담다 최명진 기자

2022년 07월 13일(수) 19:04

나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25 작가

잔잔한 물결의 파란 바다부터 검은 하늘 아래 휘몰아치는 파도까지. 바다와 물을 통해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낸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kim25(김25) 작가의 개인전 ‘필연적 조우’가 오는 16일까지 나인갤러리(동구 예술길 20-6)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0년 이후 작업한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모비 딕’부터 ‘어린왕자’까지 19세기를 빛낸 문학작품 속 문장을 담은 시리즈와 최근 작업한 ‘Wave Sorry’ 시리즈를 포함한 총 20여점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 두바이 아트페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25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회화와 텍스트의 심미적 표현 방식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왔다.

오랫동안 색면추상 작업을 하며 색에 몰두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만의 과감한 붓터치와 더욱 세밀해진 텍스트를 사용한 신작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한자의 조형성을 갖고 문자 추상 작업을 한참 하던 중이었어요. 작업실에서 나와 하늘을 보니 구름에 글자가 톡톡 박혀 있는 거예요. 잔상이 깊게 남은거죠. 이걸 리얼리티와 접목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표현된 그만의 바다는 수많은 문학 텍스트들로 파도를 이룬다. 넘실거리는 물결에는 ‘노인과 바다’, 랭보의 ‘영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등 구절이 알알이 배어 있다.

전시장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만나 공존하는 다양한 빛깔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노을이나 일출이 연상되는 붉은 바다나 숲을 옮겨 놓은 듯한 연두빛 바다, 모비 딕에서의 붉은 피와 새파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낯선 색 조합 등 초현실적인 바다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조합해본 적 없는 컬러를 쓸 때 쾌감을 느껴요. 저 바다들이 결코 현실적인 바다는 아니죠. 색의 바다,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라고 보면 돼요.”

‘Wave Sorry’ <나인갤러리 제공>

출품작 중 ‘Wave Sorry’ 시리즈의 파도는 더욱 거침없고 웅장하다. 이는 낯선 것과의 조우가 단순히 감동과 자기 성찰에서 나아가 공동의 해결 과제인 환경문제까지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의 성찰을 넘어 자연을 향한 인류 전체의 반성을 촉구하는 셈이다.

작가는 회화의 시인이다. 자신의 작업을 회화라는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의문을 갖고 회화와 텍스트, 재현과 추상 틈새의 조우에 깊이 천착해 독특한 그만의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허경 미술평론가는 전시 서문을 통해 “김25는 소멸하고 생성되는 물결의 흐름과 조우하는 선의 움직임을 따라 내부와 외부의 유동성이 상응하는 지점에 텍스트를 생성시킨다”며 “화면 안에서 유동하는 문자들은 잔잔한 물결의 흔들림으로 때로는 약동하는 색채로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율동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