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깨꽃 / 김경련

2022년 07월 17일(일) 19:20

김경련

뭐가 그리 우스워
층층이
하얀 웃음 달고 있나

꽃 속 가득
깨주머니들!

까르르…
까르르…

깨 쏟아질 일만 남았다
(동시집 ‘내가 꽃이 되는 날’, 고래책빵, 2022)

[시의 눈]

산비알 언덕밭엔 ‘깨꽃’이 한창입니다. 산 넘어온 후끈한 바람이 깻잎을 흔듭니다. 더불어 ‘하얀 웃음’도 까르르 퍼집니다. 들으면 깨꽃만 웃는 듯하지만 실은 흰수건 두른 어머니 웃음도 끼었군요. 여름 뙤약볕에 그을리지만 자식 등록금을 마련하는 깨밭을 매니까요. 어머닌 이걸 수확하면 더 큰 공부도 시킬 수 있겠다는 막연한 요량의 웃음을 머금지요. 뭐 걷어 올린 호미질조차 신이 난 듯합니니다. 주렁주렁 깨꽃이 어머니 입꼬리에 더 많이 달렸네요. 깨밭에 떼작떼작 굵어가는 깨주머니를 만질 듯 생각합니다. 하, 어쩜 이런 꾀주머니도 있다냐. 비 오듯한 땀도 잊은 채 하냥 들여다 보지요. 이제, 아버지가 짜시는 멍석은 ‘깨쏟아질 일’로 작년보다는 더 넓은 걸 준비해야 겠지요? 김경련 시인은 완도에서 나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2021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그는 스토리가 담긴 동시로 사랑에의 정감을 주듯 대상을 밝고 따뜻하게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