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독립운동 주역’ 박준채 시인 작품 발굴 ‘이상향’ ‘자유’ 등 독립 쟁취 의지 담아내 일본 유학생 시절에도 일제 저항시 집필 식민지기 문필가로서 민족의식 고취시켜 최명진 기자

2022년 07월 19일(화) 19:27

박준채 시인의 원고 노트에 적힌 시 ‘촌감’ 부분

일제강점기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불을 지핀 나주역 통학열차 사건의 주인공 박준채 시인이 쓴 시가 무더기로 발굴됐다.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박 시인의 와세다대학 유학 시절을 포함, 그가 1929년부터 1940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창작한 시편 31편이 최근 검증됐다.

박 시인이 일제강점기 집필한 모든 시가 검증되고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친필원고는 2010년 차남 형준 씨에 의해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 기증됐고, 올해 3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에게 전달돼 원고에 대한 검증 및 분석이 이뤄졌다.

박준채 시인의 생가에 보관된 시인의 학생 시절 사진.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제공>

김 교수는 나주 박준채의 생가(남파고택)를 찾아 조카 박경중 씨가 소지하고 있던 박 시인의 필체와 시집 모음 원고 노트의 필체가 동일한 것을 최종 확인했다.

시집 모음 원고 노트는 박 시인이 일본 문방구에서 구입해 기록한 것이다.

노트 도입부에는 각 작품명이 순서대로 나열돼 있으며 시편마다 집필 시기가 명시돼 있다.

원고 노트에는 우리 글 작품이 26편, 일본어 작품 14편이 들어 있었으나 이 가운데 9편은 유실됐다.

한글 작품 중에는 시조가 8편에 이르며 일본어 작품 중에는 하이쿠나 단가도 있어 당시 그가 시문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시 창작을 즐겨했음을 알 수 있다.

시편은 1930년 초 고향과 서울에서 집필한 것이 대부분이나 1934년 이후에는 일본에서 지은 것이 다수이며, 귀향해 쓴 시도 담겨있다.

박 시인의 시편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독한 자아를 노래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나 순간을 시적 감성에 실어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1929년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났던 마지막 날 그가 작성한 시에는 ‘싸우자’, ‘이상향을 이루자’, ‘자유롭게 살자’ 등의 표현을 담아내 독립 쟁취를 향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박 시인은 독립운동가로서 실천적 면모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시 창작을 통해 독립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된다.

리명한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장은 “박준채 시인의 항일적 저항시는 본인의 체험을 기반으로 삼았기에 더욱 설득력을 지니는 작품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부당한 제국주의 권력이 조선 식민지 정책을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투철한 항일정신을 보이며 민족의식을 고조시키는 데 공헌한 역사적 인물이다”며 “이번 발굴을 통해 청년 시기였지만 문필가로서 치열한 창작 활동을 펼친 박 시인의 작품이 널리 소개되고, 이에 대한 연구 또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는 문학적 통일운동과 반독재 민주화를 위한 민족운동을 펼친 문병란 시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생전 문 시인이 추구했던 민족문학의 뜻을 되살려 식민지기 저항시인 및 나주 출신 민족 저항 시인을 조명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