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인력 대책’은 지방소멸 부를 것

2022년 07월 20일(수) 19:53

광주·전남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학들이 반도체 산업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학과의 인프라와 경쟁력이 수도권 대학에 쏠려 있는 현실에서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을 더욱 심화시키는 균형발전 정책의 포기라고 규정하면서 권역별 특성화 대학 육성 등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통해 10년 간 15만명을 목표로 지역 구분 없이 학과 신·증설 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규제완화라는 미명 아래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에 똑같이 적용된다. 또 기업체와 협의해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신설한다. 직업계고 학과를 개편하며, 교육 역량이 우수한 대학 20곳은 반도체 특성화대학·대학원으로 지정된다. 산업계는 디지털 시대 전략·기반 기술인 반도체 산업 규모 확장세에 따라 인력도 현재 17만7천명에서 10년 후 30만4천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반도체 관련 정원은 최대 5천700명(석사 1천100명, 학사 2천명, 전문학사 1천명, 직업계고 1천600명) 증가할 전망이다.

지역대학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반도체 업계의 요구를 해소할 수 있는지와 별개로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지방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학부에서 증원이 예상되는 2천명 가운데 1천300명 정도가 수도권에 몰릴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신입생 충원난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상황을 외면한 수도권 대학 규제완화라는 주장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지 않으면서 정원을 늘리는 것은 명백한 편법이자 특혜라고 직격했다.

교육부는 지역대학도 강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이다. 그렇다면 수용 가능한 특단의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비수도권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이 지역 구분을 넘어 국가의 생존전략 차원의 과제인 만큼 균형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인재의 수도권 편중을 부추겨 지방을 죽이는 행위라는 비판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