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문제는 경제야, 민생이야

김종민 논설실장

2022년 07월 21일(목) 19:33
정쟁만 있고 정치는 없다. ‘정치가 처음’인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못하고, ‘전 정부 헐뜯기’로 여당은 여당답지 않으며, ‘말로만 혁신’하겠다는 야당도 야당답지 못하다. 먹고사는 게 문제인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70일,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정수행 관련 부정 평가가 60%를 넘어서고 긍정 평가가 30% 초반까지 밀렸다. 윤 대통령에 호의적인 보수층을 망라해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흐름이다. 2배 수준의 ‘데드크로스’. 일시적인 여론 동향에 휘둘리지 않겠다지만 대통령실 사적 채용에서 그렇듯 부실 인사에 따른 위기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다. 대통령을 만든 상식과 공정의 가치가 흔들리는 즈음이다. 허니문도 허니문 나름이다. 정권 초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경고도 들린다.

물가와 금리, 환율 등 ‘퍼펙트 스톰’ 앞에 서민의 삶이 위태로워도 국민의힘은 집권 정당으로서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또한 무능하다. 이준석 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윤핵관(윤석열핵심관계자)’ 갈등까지 엉뚱한 권력 투쟁이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내 1당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지난 3·9대선과 6·1지방선거 연패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8·2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의원과 결사저지 태세에 들어간 ‘비명계’는 정면 충돌하고 있다. 당 분열에 대한 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경제와 민생을 살필 겨를조차 없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 어민 북송 등을 둘러싼 논란은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까지 가로막으며 정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을 탓하고, 야당은 여당 탓만 한다. 대화와 타협, 협치의 정신은 헛구호였다.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는데 입법부 공백 사태 장기화에 따른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숫제 면피용이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24년 만에 소비자물가가 가장 높은 6%대로 치솟았다. 7-8%, 혹은 9%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합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악화일로다. 김회재 의원(민주당·여수을)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광주와 전남은 9.1로 전국 평균(9.0)보다 높다. 이 지수는 삶의 고통을 계량화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라 국제적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특히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인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최근 들어 그 사용이 느는 추세다. 전남은 실업률 통계 집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광주는 2008년(10.1)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광주시는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광주형 일자리 시즌2 등 챙겨야 할 지역 경제의 현안이 적지 않다. 예산의 어려움에 부닥친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완공을 위해서도 팔을 걷어야 한다. 하지만 일방통행 식으로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를 추진해 지역사회의 혼란이 심각하다. 국가지원형 ‘메타 N콤플렉스’의 개념으로 설득력이 부족한 트램(노면 전차) 건설 지원을 요청했으며 국민의힘은 역시나 난색을 표했다. 민선8기 강기장 시장이 첫 결재로 서명한 ‘고유가·고물가 민생 100일 대책’에 속도를 내야 하는 마당에 전략적 실패다.

민생은 곧 경제다. 경제는 곧 정치다. 중앙정부가, 또 지방정부가 응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인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완성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대내외의 전방위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대연정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서 민주주의의 후퇴, 정치의 퇴보를 거론하는 상황이다.

실학자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의 가르침인 ‘순막구언(詢瘼求言)'. 백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묻고 의견을 들으라는 것이다. 당연한 일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도자의 기본 덕목은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방법 ‘애민육조(愛民六條)’도 새겨야 한다. 노인을 봉양하는 양로(養老), 어린이를 보살피는 자유(慈幼),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진궁(振窮), 상을 당한 자를 돕는 애상(哀喪), 병자를 돌보는 관질(寬疾), 재난 구호에 힘쓰는 구재(救災) 등의 도리를 일컫는다.

미친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1950년 설립 이후 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7월 세차례 연속 인상도 처음이다. 1970년 오일쇼크 당시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6%를 넘어섰다며 배경을 들기도 했다. 추가적인 인상도 예고했다. 전례가 없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영끌족(영혼까지끌어모아대출)과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은 눈덩이 이자 부담에 패닉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거대한 파도가 덮쳤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화당 소속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무력화시켰다. 그의 무기였던 슬로건은 이랬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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