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아껴야죠” 고물가에 소비자 ‘북적’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가보니> 저렴한 가격에 신선…“방문 고객 급증세” 반품·전시품 재포장 판매 ‘리퍼브숍’ 인기 양시원 기자

2022년 07월 21일(목) 20:18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민들이 광주서부농산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뭐라도 아껴야 할 상황에 이렇게 가성비 있게 절약할 수 있으니 시간과 공(功)은 들어가도 기분은 좋아요.”

21일 광주 서구 매월동 소재 호남권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광주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장모(53·광주 동구)씨는 “물가가 하도 올라 대형마트에서는 장을 볼 때마다 어떤 걸 덜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곳은 같은 돈으로도 많게는 두 배는 더 받아가는 거 같다”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웃었다.

청과물동, 채소동, 수산물동 등으로 구분된 전체 6만여평 규모의 도매시장 중 채소동은 구역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에서 상인들이 상추, 양파, 호박 등의 농산물 가격과 신선도를 설명하는 등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통상 도매시장에는 요식업체, 식자재 납품업체 등이 경매를 통해 대규모로 구입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시장은 보다 싼값에 품질 좋고 싱싱한 먹거리를 사러 온 일반인들로 붐볐다.

잇단 가뭄과 고온 등의 이상 기후로 올해 작황이 부진해 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대형마트나 소매시장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봄배추 1포기의 소매가는 광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에서 평균 5천960원으로, 도매시장 가격(3천원)이 49% 가량 저렴했다.

적상추도 100g에 1천300원으로 소매가(1천500원-2천640원)보다 13-50%, 대파 1㎏ 1천500원으로 소매가(1천920원-4천460원) 대비 21-66%, 취청오이 10개 6천원으로 소매가(1만6천200원-2만300원) 대비 62-70%, 수박(상품) 1개 1만8천원으로 소매가(2만900원-2만6천500원)보다 13-32% 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 한동안 방문객이 감소했지만 최근 고물가로 인해 배달이 안 되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차량을 갖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북구 소재 한 리퍼브숍도 고물가 시대에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일명 ‘득템’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단순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전시품을 재포장한 제품을 뜻하는 ‘리퍼 제품’은 상품 성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새 제품보다 가격이 크게 저렴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580평 규모에 수박·양파·계란과 같은 농축산물부터 밀키트, 유모차, 전자제품 등 가지각색의 물건 등이 진열되고 매일 새로운 품목이 추가로 들어온다. 고물가 시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리퍼브숍 관계자는 “보통 주말에는 많은 고객들이 방문해 선풍기 같은 여름철 시즌 상품의 경우 들여온 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고객이 예년보다 훨씬 늘었고 제품 품질과 가격에 대부분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