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애 활동가 “선한 영향력 전파하는 활동가 되겠다” 제5회 곽정숙인권상 수상 장애인활동법 위헌 판결 이끌어내 전국 3만여명 혜택 제공 다발성경화증 앓는 중증장애인…“많은 이들에 희망 줄 것” 김다인 기자

2022년 07월 24일(일) 18:58

황신애 활동가

“안개 속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함께 맞서 싸워야죠, 함께하면 해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제5회 곽정숙인권상에 황신애 활동가(58·여)가 선정됐다. 황씨는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으로써 활동지원법 헌법불일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전국적으로 3만여명의 장애인에게 사회서비스 변경 신청의 자격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황씨는 수상에 대해 “과분한 상이다. 기쁘고 영광스러운 마음과 함께 감개무량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함께해주신 광주인권동행변호모임, 광주장애인인권가분들의 도움이 컸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통감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씨가 병마와 처음 마주했던 때는 2009년, 이후 6-7년간 쓰러졌다 회복하기를 반복하면서 다발성경화증을 판정받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은 황씨를 중증장애인으로 살아가게 했다.

황씨는 처음 장애인으로의 삶을 마주하게 됐을 때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장애인으로 살아오지 않았기에 불편해진 일상의 모든 것이 분노로 다가왔다. 엉엉 울고 혼자서 화를 내길 반복했다. 요양보호를 3-4시간 받던 때에는 요양보호사가 돌아가면 혼자 남아있을 시간이 무서워 덜컥 겁을 먹기도 했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6년, 당시 재가급여를 받고 있던 황씨는 활동지원급여 활동보조신청에 더 많은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광주 북구에 변경 신청을 했다. 하지만 ‘활동지원급여와 비슷한 다른 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와 ‘노인성 질병’의 조건을 이유로 자격 조건에서 제외됐다.

이에 황씨는 노인성 질환을 앓는 장애인을 차별한다고 생각해 광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당시 황씨는 노인장기요양급여 매월 최대 149만원, 하루 4시간의 요양보호사 지원을 받고 있었다. 월 한도 최고 648만원, 하루 최대 14시간의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에 비해 특별한 이유 없이 노인성 질환을 앓는 등의 문제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 의문이 든 황씨는 광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그리고 4년간의 긴 싸움 끝에 지난 2020년 12월23일 장애인활동법의 위헌적 요소가 인정돼 전국 3만여명의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장애인으로서의 통증과 불편함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당시 불이익을 느꼈을 때 공무원에게 전화해 따질 줄만 알았지 항의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황씨는 함께 해준 변호사, 광주장애인인권활동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올해만 버티면, 만약 올해가 안된다면 내년, 내년에도 어렵다면 내후년을 기약하는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안개 속 흐릿하게 보이는 희망을 붙잡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씨는 시집 두권을 낸 어엿한 시인이다. 지난 2017년에는 시집 ‘파란달팽이’를, 2015년에는 시집 ‘모로’를 출간했다. 황씨는 “장애인 문학상 수상작을 읽으며 많은 힘을 얻었다. 내가 그들의 책을 읽고 동기부여를 받았듯이 누군가 내 시를 읽으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황씨는 ‘절대 기죽지 말라’고 말하며 사회가 기죽게 만들어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처럼 함께 나아가는 이들을 보며 묵묵히 걸어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