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먹밥과 공동체정신/ 서순복 |
| 2022년 07월 24일(일) 1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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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전 남아공화국 대통령이 밥 때가 되었을 때 ‘어느 집에나 들어가라. 그러면 밥 먹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을 ‘우분투’라고 하지 않은가?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을 찾아갔을 때,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과자를 나무에 매달아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차지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앞다퉈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가서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인류학자는 물었다. “왜 ? 일등으로 가면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은 대답했다. “우분투(UBUNTU)!”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혼자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투는 반투족 말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분투는 공동체정신이라 할 수 있다.
지인 한 분은 당신의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전라도 엄니 아부지들은 밥 때 어느 집에나 들어가라. 밥 먹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단다. “아가, 똥 보고는 혼자 밥 먹을 수 있지만, 사람을 옆에 두고는 혼자 밥 못 먹어야”라며 밥을 함께 나누었다.
공동체는 공동, 자치, 의사소통을 포함한다. 공간을 넘어서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 지역문제의 공유, 공동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는 자연적으로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적, 문화적 자원의 의도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전통사회에서 지역민의 의식을 개혁하고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는 공동체 정신의 발현 형태로 향약을 들 수 있다. 향약은 주민들이 협력해서 좋은 일을 하도록 서로 권하고, 상호 예의를 장려하며, 어려운 일을 함께 해나가는 자치정신이 기본인 주민들간의 약속이다. 오늘날 향약정신은 아파트에서 서로 인사하기, 하천정화활동, 자율방범, 재난시 봉사활동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벼농사가 발달하면서 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하던 두레를 들 수 있다. 두레의 가치는 협동과 자조정신이다. 두레는 오늘날 생활협동조합운동, 공동육아, 공동 방과후교육 등을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40여 년 전 부도덕한 국가폭력에 의해 무고한 광주시민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될 때, 양동시장에서 어머니들이 모여서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 군인에 맞서 싸운 시민과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먹거리를 제공했었다. 잡혀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자식 같은 학생 시민들에게 밥을 먹이고 싶었던 부모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본다. 주먹밥이 공동체정신의 상징이다. 지금은 5 18이 되면 곳곳에서 주먹밥 행사가 진행된다. 주먹밥을 만들어서 주민들과 함께 나눠먹고,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서 먹거리도 제공해 준다. 시민들과의 연대의식을 다시 새롭게 한다.
5·18이라는 자산을 갖고 있으며, 아파트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다는 광주에서 공동체정신을 어떻게 되살릴까? 마을마다 쓰레기 문제, 주차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마을마다 공동 현안으로 떠오르는 의제를 마을주민들이 함께 자조와 협동의 정신으로 해결해가는 것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육아, 방과후학교, 친환경 먹거리, 아이들 아토피, 층간소음 및 화장실 누수, 밥도 못 챙겨먹고 허겁지겁 출근해야하는 문제 등등. 이런 문제들에 대해 먼저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부터 공동으로 소규모로 모여 조금씩 확산시켜 가면서 공동체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지 않을까. 밥을 나누어야 한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서 ‘ 엄마, 밥 먹고가’ 책 제목이 아파트나 마을 현실에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