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웃고 있는가 주세연 |
| 2022년 07월 27일(수)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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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빚투 탕감’이 화제다. 정부가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는데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청년층의 부채를 탕감한다는 오해로 여론이 들끓었다. 연일 ‘빚투 탕감’을 헤드라인으로 비판 기사들이 쏟아져 나고 이 조치가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투기 열풍 속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참여하지 못해 ‘벼락거지’가 되었던 이들의 화가 표출된 것이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삶이 팍팍해진 시민들의 외침이기도 하다.
정부대책의 실상은 이렇다. 지난 7월14일,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의 여파로 취약 계층의 채무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중 청년 지원책도 담겼는데 저신용자에 한해 상환을 일시 유예시키며 부분적으로 이자를 감면하는 내용이다. 본래 있던 신속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청년 특례를 신설하고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청년층이 신용불량자나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채권사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되는데 은행들도 채무 전체가 부실화되어 돈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선제적 조치를 통해 부실을 방지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 하에 참여해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 시기 동안 우리 사회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인들에게 대출을 권했다.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 빚을 내서라도 시민들의 생활을 보전하는 것과 대비되는 처방이었다. 일시적 위기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지만 팬데믹은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마저 침체되자, 개인들에게 공급된 대출이 부실화 될 것을 염려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과 실재를 생략한 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빚투 탕감’을 전면에 내세워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위기를 버티고 있는 이들을 몰아세워 득을 보는 세력은 누구인가 살펴봐야할 때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채무자의 급증으로 득을 본 곳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은행은 가계 대출 폭증으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겼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민들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은행들에겐 ‘위기가 기회’였다. 더 많은 이들에게 대출해줄수록 남는 장사였기에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했고 가능한 많이 해주었다. 대출은 개인과 은행의 상호 계약이기에 채무자의 상환의무 만큼이나 은행 역시 대출 심사의 의무가 있다. 적정한 대출인지 상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이익이 나기에 빌려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채무가 부실화 되었을 때 채무자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도 마냥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젠가부터 사회적 위기가 어떤 이들에겐 기회가 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위기 속에서 우리는 각자도생하도록 내몰리며 파편화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남의 불행이 나의 기쁨이 되는 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번 논란이 우리 사회가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그 이익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