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글징글한 코로나 재유행 본사 부회장 |
| 2022년 07월 27일(수) 19:30 |
|
오미크론으로 5차 대유행이 끝나가나 싶어 여기저기서 심리방역, 다친 마음 치유를 하자고 얘기하던차에 다시 7차 공습령이 떨어지자 덥디더운 한여름이 더 번잡해졌다. 10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후유증은 비단 확진자나 그 가족들만의 문제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심각한 집단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는 예기치 않는 위협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의 평온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각자도생, 적자생존이라는 냉혹한 생존법칙을 따라야 한다며 이웃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도 만들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과 상실감, 무력감, 울화가 많은 이들을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모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렇게 상처난 아픈 마음 추스르기도 전에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3개월여 만에 다시 10만명에 육박했다. 국내에서는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BA.5가 우세종이 되고 있고, 이런 특성이 더 강한 BA.2.75(일명 ‘켄타우로스’)의 확진자도 국내에서 발견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재유행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요양병원·시설 등 대면면회를 중단하고, 시설 종사자는 주 1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먹는 치료제 94만명분을 추가 구입하는 한편 병상 4000개를 재가동하고, 전국 임시선별검사소 및 검사·처방·치료를 모두 담당하는 ‘원스톱 진료기관’도 확대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에 썼던 기존 대책의 연장이다.
문제는 감염세가 거세지는데도 정부 대책이 별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가철 인구이동으로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임에도 정부의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무증상자들이 검사 비용 부담으로 검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의 30% 이상은 무증상자라는 걸 감안하면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확진되고도 사실을 모른 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방역의 구멍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유증상자나 60세 이상 고령층,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자, 자가검사키트 등으로 양성이 확인된 자 등은 5천 원의 검사비를 부담한다. 다만 관련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을 경우 몇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나19 재유행기에도 검사 비용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용 부담으로 검사를 회피하는 경우가 늘면 고위험군 접촉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코로나19는 온 국민이 방역에 합심해야 막을 수 있는 전염병이다. 돈 때문에 병원 문턱이 높아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로 적잖은 트라우마를 얻었다. 마스크·백신 대란에서 시작해 치료제·병상 대란까지 큰 혼란을 겪었다. 병실을 구하지 못해 집이나 앰뷸런스에서 사망하는 환자, 장례·화장시설을 못잡아 발을 동동구른 유족도 속출했다. 한 달 뒤엔 환자가 하루 20만~30만 명까지 치솟을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러다가 대유행이 확산돼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이 올까 두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렇게 되기 전에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병상과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 수 있다. 병상이 없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사례가 나왔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번 재유행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방역이 느슨해진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이 많아져 더 우려스럽다. 백신 효과가 줄어드는 가운데 BA.5 변이는 전염력이 세고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무력화하는 능력도 강해 돌파감염과 재감염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약자층이 염려된다.
예상보다 빠르게 확진자가 폭증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큰 피해와 혼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광주와전남 각 지자체도 정부 지침과 별도로 위기의식을 갖고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선별진료소 확대와 병상·인력 확보, 고위험군·취약 계층 보호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여름휴가철과 맞물려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한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
7차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다. 실외이긴 하지만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수만 명이 집결하는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위험요인이 너무 많다.
방역 당국은 향후 2-3주 동안 확산세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 가능성도 언급하며 코로나 증가세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꺼내든 대책이 자발적 방역 동참이다.
국민은 인내할만큼 인내했다. 견딜만큼 견뎠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의사협회는 브리핑을 갖고 “방역 참여와 연대로 재유행 위기를 넘기고 지속 가능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공동체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셀프 방역’이다. 모임 인원이나 시간제한 같은 강제적 제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의 동참을 끌어낼 유인책이나 제도적 장치 없이 동참만 호소한다고 그 효과가 나타날까.
조금 불편하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강력한 방역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지자체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지원책과 방역대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한 후에 자율협조를 구해야 한다.
한때 대한민국은 방역모범국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