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고 시험문답 유출, 중간고사도 동일수법 범행 두 학생, 기말고사 9과목 등 모두 16과목 문답 빼돌려 안재영 기자 |
| 2022년 07월 27일(수) 19:55 |
광주 대동고등학교 2학년 내신시험 문답 유출 사고가 기말고사 뿐 아니라 중간고사 때도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심야시간대 학교를 찾아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간 뒤 교무실 내부를 수 시간 드나드는 동안 아무런 제재없이 활보했던 대담한 범행을 통해 학교 측의 전산·보안망 관리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2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대동고 재학생 2명을 피의자 입건 후 지난 이틀간 조사한 결과, 시험 과목 유출 범위가 기말고사 외 중간고사까지 확대된 사실이 밝혀졌다.
입건된 학생들은 중간고사 때 7과목, 기말고사 때 9과목 등 1학기 동안 모두 16개 과목의 시험 문답을 빼돌렸다.
바깥에서 한 명이 망을 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시험 출제 교사 노트북에 USB를 꼽고, 준비해 온 ‘악성 코드’를 심었다.
해당 코드는 코딩과목 등을 배운 학생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코드를 해독해주는 웹사이트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컴퓨터 화면을 자동으로 캡처·저장했고 캡쳐된 화면을 통해 빼돌린 답안으로 이들은 중간고사 때 5과목씩, 기말고사 때 7과목씩을 응시했다.
유일하게 문답을 유출하지 못한 과목은 영어로 피의자 가운데 한 학생은 기말고사 때 영어에서 40점대를 얻는 데 그쳤다.
두 학생은 각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큰 변화가 없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은 올해 1월부터 범행 모의를 시작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지난 1학년 때에도 동일 수법을 사용했는지 성적 변화 추이를 현재 분석 중에 있다.
학생들의 학교 침입은 대범하고 쉬웠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모두 퇴근하고 경비원만 남은 오후 10시께 택시를 타고 이동해 학교 정문으로 출입했다.
학생들은 본관 4층과 2층, 별관 2층에 산재한 교무실을 순차적으로 침입했다.
출제에 쓰인 노트북(랩톱) 컴퓨터를 해킹하고자 악성 코드를 심는 시간은 대당 20분가량 소요됐고 며칠에 걸쳐 작업했는지는 조사 중에 있다.
이에 기말고사 9과목의 해킹 작업에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이상으로 추측된다.
특히 중간고사 이후 교무 공간이 본관에서 별관으로 바뀐 교사의 자리까지 파악하는 등 치밀한 범행을 보였다.
악성 코드 설치와 출제 정보 회수를 위해 학생들이 여러 차례 침입한 교무실마다 방범·경비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본관 2층에 설치된 CCTV는 교무실 인근에 설치돼 있었지만 설치 방향이 교무실 쪽을 비추지 않아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부모의 설득을 통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고, 건조물침입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예정이다.
시험 문답을 빼내기 위해 교사의 컴퓨터에 접근한 행위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의 심리적 위축이 심해 조사 등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청탁이나 금품 정황이 없어 의식적 방임이 아닌 사항으로 학교 측의 직무유기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