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高물가 영향 식품업계 ‘양극화’ 곡물 수입단가 14년만에 최대···中企 10곳 중 8곳 “경영 악화” 양시원 기자 |
| 2022년 07월 31일(일) 19:47 |
|
최근 농산물부터 가공 제품까지 식품 전반에 걸쳐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고물가로 수요가 감소한 데다 그 수요마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 대기업으로 집중돼 지역 식품 관련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간한 ‘국제곡물 7월호’에 따르면 3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84.8로 2분기(4-6월)보다 13.4%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곡물 수입 단가 상승세는 지난 2020년 말부터 7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도 전분기 대비 12.5% 오른 178.4로 추산됐다. 두 지수는 이미 올 2분기에 2008년 4분기(10-12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수입 곡물가격 상승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3-6월 구입 물량이 시차를 두고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수입 곡물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국내 식품·외식업계, 축산 농가의 사료 값도 오를 수밖에 없어 식품 제조 기업들의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13개 식품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입농산물가 급등에 따른 식품 제조 중소기업 실태 조사’에서 식품 제조 중소기업의 82.6%는 최근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응답기업 73.7%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4곳 중 1곳(26.3%)은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 응답했다.
원재료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20% 미만’ 증가할 것이란 응답이 36.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4곳 중 1곳 이상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원가 증가분보다 적게 인상하거나 계획이 없는 기업이 73.2%를 차지했다. 인상 계획이 없는 이유는 타사 대비 경쟁력 하락 우려(58.6%), 납품처와의 관계 악화 우려(24.1%), 경영여건 상 감내 가능(17.2%) 순이었다.
지역 식품 관련 중소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주 식자재납품업 관계자 이모(42)씨는 “최근 5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식당에서 납품 물량을 3분의1 가량 줄여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유를 물으니 오르는 외식비에 손님이 감소한 반면 식료품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 어쩔 수 없이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식용유 18ℓ가 지난해만 해도 4만8천원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7만8천원으로 2배 가량 올랐고 밀가루도 연초 대비 40%, 무도 개당 600-800원 선에서 3천원에 육박하는 등 채소도 거의 2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또 “식자재 납품업도 큰 규모 업체의 경우 물량을 선점해 상대적으로 더 싸게 팔아 소규모 납품업체는 물건을 제대로 받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학교 급식은 납품 단가 변동 또한 쉽지 않아 기존 가격에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가 변동을 요구해도 반영이 쉽지 않고 반영이 된다고 해도 2-3개월 걸려 요즘 같아서는 업체 운영 자체가 흔들거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자재를 납품받아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 두부 제품 생산 업체 관계자 박모(56)씨는 “수입 콩 가격은 물론 지난해에 비해 소포제 12㎏가 8만5천원에서 15만원으로, 간수 20㎏가 1만7천원에서 1만9천원으로 오르는 등 원부자재값이 모두 증가한 데 반해 막상 제품 가격은 한 번도 못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올라 식당에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대기업의 경우는 박리다매로 별 타격이 없으나 소규모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빈부격차도, 양극화도 심해질 대로 심해진 상황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