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고 시험문답지 전 과목 해킹 시도했다 중간·기말고사 각 10과목 등 모든 시험 자료…원격 전송 방식 영어 ‘핀번호 형식’ 답안 확보 못해…올 초 방범시스템 꺼져 안재영 기자

2022년 08월 01일(월) 20:28

사진=연합뉴스

더 높은 성적을 위해 학교에 침입한 대동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전 과목을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료 확보를 위해 십여 차례 이상 침입한 학생들의 범행은 학교 방범 시스템이 올해 초부터 꺼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나 학교도 책임 소지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1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업무방해·건조물 침입 혐의로 입건된 대동고 2학년 학생 A·B군은 지난 1월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의 최초 침입 시기는 중간고사 직전인 지난 3월 중순으로 조사됐다. 당시 교내 방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이들은 기말고사 직전(6월 중순-7월 초순)까지 13-14차례에 걸쳐 교무실에 침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중간고사 10과목과 기말고사 10과목 등 모든 시험 과목의 자료를 빼내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초기 이들은 교사 노트북에 설치된 백신 프로그램을 삭제한 뒤, 원격으로 캡처 화면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시험 자료를 빼내려 했다.

그러나 화면 캡처와 전송을 위해선 매번 명령어를 입력해야 해 이들은 시험 자료를 직접 회수하기로 범행 수법을 바꿨다.

그렇게 이들은 중간고사에선 한국사·지구과학·영어 등 3과목과 기말고사 영어 1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 답안을 확보했다.

확보하지 못한 시험 과목은 출제 교사가 범행 시기에 문제를 내지 않았거나, 시험 자료 자체가 캡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과목은 출제 교사 중 한 명의 노트북 잠금이 ‘핀번호’ 방식이라 보안을 해제하지 못했고, 악성코드 실행에 문제가 생겨 답안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로 시험지 출제와 관리 방식, 학교의 보안 등 다방면에서 허술함이 드러났다.

일부 과목 시험지나 답안지 파일은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았다.

이런 과목의 경우 캡처된 이미지 파일이 아닌, 시험지 파일 자체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학교에 침입할 당시 작동하지 않은 방범 시스템은 올해 1월 진행됐던 ‘공간 재배치’ 공사 이후부터 쭉 꺼진 상태를 유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생들이 적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 가량 교무실에 머무르는 동안 교내에 있던 경비 인력은 침입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저지른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협조적으로 응해 구속영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까지 적용된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