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 단속 현장 ‘혼선’ 충전 안 하고 ‘주차만 해도 제재’ 법적 근거 없어 장시간 주차 입증 민원인 몫…시행 한달 현장단속 0건 주차 시간 측정 등 허점투성이…관계자 “개선 시급” 안재영 기자

2022년 08월 02일(화) 20:51

사진=아이클릭아트

광주시가 지난 7월부터 전기차 충전방해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며 단속 강화에 나섰지만 일선 현장에선 혼선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기차가 충전을 하지 않은 채 차량을 주차해도 즉각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고, ‘전기차 충전구역 내 장시간 주차행위’를 신고한다고 한들, 이를 민원인이 입증해야만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서다.

때문에 일선 자치구 관계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인력 충원과 더불어 구체적인 단속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전기차 충전방해행위에 대해 과태료 징수가 시작됐다.

전기차 충전방해행위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 2제 7·8·9항에 따라 ▲전기차 충전구역 내 일반차량 주차 행위 ▲전기차 충전구역 내 장시간 주차 행위 ▲충전시설 주변 물건 적치 및 주차 행위 ▲충전구역 내 물건 적치 및 충전 방해 행위 ▲충전시설 훼손 행위 ▲충전구역 표시물 훼손 행위 등이 해당한다.

이 중 ‘전기차 충전구역 내 장시간 주차 행위’엔 ‘완속 충전’ 시설에선 14시간 이상 주차, ‘급속 충전’ 시설은 1시간 이상 주차가 해당된다.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현재까지 과태료는 위법 행위를 목격한 민원인이 ‘국민신문고 앱’을 통해 제보하면 자치구 관계자가 이를 확인, 부과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7월 한 달 간 광주시 5개 자치구에선 ▲광산구(115건) ▲남구(80건) ▲북구(74건) ▲서구(45건) ▲동구(0건) 순으로 과태료가 징수됐다.

아직까지 현장 지도단속반의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없으며 동구의 경우 접수된 61건의 민원에 대해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상태다.

적발된 위법 행위 대부분은 즉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전기차 충전구역 내 일반차량 주차행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시간 주차 행위’의 경우 위법 여부 판단이 어려워 과태료 징수로 이어진 건 5개 자치구 중 단 1건(서구) 뿐이었다.

민원인이 위법 의심 행위를 신고해도 전기차량이 14시간 이상 주차된 상태라는 것을 입증해야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도 자체의 허점도 드러났다.

현행법대로라면 충전을 하지 않은 채 주차만 해도 무관하다.

또 주차 14시간을 채우기 전, 잠깐이라도 차를 뺀 뒤 주차하면 다시 14시간을 댈 수 있다. 14시간 이상의 기준이 1일 누적이 아닌, ‘연속 14시간’이라 ‘1초’라도 차를 뺐다면 다시 처음부터 주차 시간이 측정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허점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정된 법이 오히려 ‘사유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선 자치구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 업무를 단 1명에서 맡고 있는데, 신고 처리와 현장 점검 등을 모두 전담해야 해 인력적인 한계가 있다”며 “자치구 차원에서 현장 지도와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단속을 나가도 완속 충전 시설의 경우 위법을 판단하려면 14시간 이상 지켜봐야만 해 사실상 현장 단속은 불가능하다”며 “제도 자체적으로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도 “제도 시행이 현장 인력 충원 없이 시행되다 보니 업무에서 여러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 근절을 위해선 관리 인력 충원과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첨언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