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진미선씨 “장애는 견뎌내는 것…자부심 갖고 살겠다” 4살에 고열로 청각 잃어…수어 통해 풍부한 감정표현 카페 매니저 이어 수어 중창단·수어학교 강사 활동도 김다인 기자

2022년 08월 04일(목) 19:34

바리스타 진미선씨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죠, 농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 매니저로, 바리스타로 활기찬 삶을 이어가고 있는 ‘카페홀더’ 매니저 진미선(58)씨가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도시철도공사 카페홀더에서 만난 진씨는 머리를 단정하게 올려 묶은 채로 청색 앞치마를 두르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응대했다.

진씨와의 인터뷰는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용목 대표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진씨는 수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진씨는 “청인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농인 역시 공식 언어인 수어를 사용한다. 수어만으로도 인간의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 표현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했다.

진씨는 해남에서 태어나 7살 때 광주로 이사를 왔다. 4살에 고열로 인해 청각장애를 갖게 됐고 현재까지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진씨는 현재 광주도시철도공사 카페홀더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다.

카페홀더는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용목 대표가 제안해 이름 붙였다.

광주 장애인 단체는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광주시에 카페 개소 제안을 했고 도움을 받아 2012년 광주도시철도공사에 카페홀더 1호점을 열었다.

현재 카페홀더는 광주도시철도공사점을 포함해 2014년 문을 연 광산구청 2호점 등 두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농인 바리스타와 근로지원인 등 9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농인 바리스타로 이뤄진 카페홀더는 메뉴 주문도 색다르다. 직원이 직접 그려 만든 메뉴 카드를 들고 손가락으로 잔 수를 표시하며 주문하면 된다.

진씨는 딸과 아들, 실력있는 남편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엄마이자 아내기도 하다.

진씨는 21살 농인 교회에서 남편을 처음 만나 24살에 결혼했다. 남편은 광주에서 활동하는 김봉진 화가로, 진씨와 같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으며 최근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특선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진씨는 하남공단 부품 조립, 공공 근로, 분식집 운영, 옷 수선과 뜨개질 등 다양한 일로 삶을 일궈나갔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남편이 대상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을 시어머니께 고스란히 드릴만큼 가족과의 관계도 애틋하다.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 진씨는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하며 또 다른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있다.

진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서명운동에 참여하며 한 시간 동안 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명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또 수어 중창단 단원이자, 수어학교 강사로 활동하며 수어를 설명하고 홍보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본업인 바리스타로서 최근에는 드립백 커피를 출시해 손님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진씨는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닌 견뎌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씨는 “장애가 이겨내는 것이라면 내 자신의 모습과 싸워야 하고 스스로를 부정해야 한다. 그러고 싶지 않다”며 “장애를 밀어내지 않고 내 모습을 사랑하고 농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