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 지급…“일본 정부 사과하라”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한화 931원 송금 ‘악의적 우롱’ 비판 김다인 기자

2022년 08월 04일(목) 20:10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연금기구가 강제 징용 피해자인 정신영 할머니 계좌에 77년 만에 ‘931원’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규탄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일본이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터무니 없는 값을 지불한 사실을 두고 거세게 비판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정신영(93) 할머니의 계좌로 99엔을 입금한 일본연금기구에 ‘악의적인 우롱’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신영 할머니를 비롯, 2009년 당시 99엔을 송금받은 양금덕 할머니도 함께 자리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일본연금기구는 지난달 6일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정신영 할머니 계좌에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9엔을 송금했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931원이다.

시민모임은 후생연금 탈퇴수당은 77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때 지급했어야 할 금액이지만 일본정부는 후생연금 존재 사실조차 피해자들에게 감춰왔고 77년 당시 물가로 환산해 화폐가치 변동을 고려하지 않고 지불했다고 분노했다.

이에 일본이 99엔 지급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미불임금을 전면 공개하고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또 “일본의 이러한 행태에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를 구실로 일본에 충성스럽고 비굴하게 행동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에 방문해 일제 강제 동원 관련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강제동원 관련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정 할머니는 99엔에 대해 ‘쓰레기만도 못한 돈’이라고 말하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사죄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국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할머니들의 권리를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에 사죄받고 정당한 배상금을 받으려는 것이지 국민 혈세를 통해 배상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현재까지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고 우리가 어떤 것을 주장해야 하는 지를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2014년 김재림 할머니 등 4명의 피해자에게 199엔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 시민모임은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열람을 신청했음에도 불구,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