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호남인의 창업과 기업가정신 / 김일태
2022년 08월 08일(월) 19:50
김일태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전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재정지출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경제를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리 인상으로 내몰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은 당장에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궁핍하게 만들고 있으며 경기 둔화와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와는 동떨어진 정치적 계산에 열심이고 국회는 허송세월이다. 집권여당의 당 대표는 성상납의혹으로 징계를 받고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 중이며, 그 와중에서 핵관들 간의 권력 다툼은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도 전에 외교와 정책의 난맥상으로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아 20%대로 주저앉아 외신도 국정 동력을 회복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한다. 야권은 어대명과 비명계 간 전당대회 당권 다툼이 한창이다. 여권과 관료들은 전 정권의 탓으로 새 정부가 빚만 받았다고 성토하고 있어 민생과 경제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들은 총수의 사면을 바라면서 새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 또한 물려받은 대기업의 대표는 멸공을 외치면서도 대주주가 된 이후부터 발암물질 논란이 된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매출만 올리는 이벤트를 벌려 소비자들을 분노시킨 엉터리 기업가정신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장조사에 의하면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영업실적 감소와 임대료 및 대출상황 부담으로 폐업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요즘 “새롭게 결합하고(혁신), 기회를 인지하고(가격차이, 구조적 결함을 파악하고), 기회에 대한 문화적 해석을 가하고, 새로운 조직을 창조하는 창업활동”(창업혁신과 글로벌 기업가정신에 관한 연구: 재일동포기업가 김희수를 중심으로)을 하는 기업가들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둡고 고난의 시절에도 창업의 길을 걸은 기업가들이 있었다. 해방 전후로 도일한 일부 재일동포기업가들은 일본사회의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고 민족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창업에 매진하여 일본기업과의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성장했고 기업을 통해서 모국 발전에 공헌했다. 국내에서 해방 전후로 일부 기업가들은 잡화상의 상회에서 반도체까지, 자동차 수리 공장에서 조선업까지 혁신적 아이디어와 신용을 바탕으로 창업의 기업가정신을 실천해 굴지의 대기업의 초석을 마련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1962-66)이 시작된 이후 한국경제 성장과정에서 경부축 중심의 공업화 및 거점 산업단지 전략으로 호남축은 산업노동자의 공급처로 심각한 이농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1970년부터 1990년까지 수도권과 영남권 등 타지로 일자리를 구하려고 타지로 떠난 호남인구가 314만 명이 넘는 수치이고, 현재도 교육과 일자리를 해마다 수천 명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출향 호남인들은 소규모 영세 자영업체의 창업에 도전해 한국과 해외에서 중견기업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이 상당수가 있다. 특히 해외 창업은 외항선박 선원으로 해외로 진출해 현지의 틈새시장을 개척하였고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상사의 주재원이나 청년층들의 유학과 인턴 연수 등의 형태로 현지에 정착해 창업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그렇지만 그들의 창업과 성장 과정은 험로였다. 말 그대로 사회적 네트워크와 자금지원 등의 창업생태계가 척박한 맨 땅의 타지에서 기술과 거래처와의 신용을 토대로 성공의 신화를 만든 것이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창업으로 자수성가를 이룬 호남 출향 기업가들이 있다. 그들은 유통매장 ‘에이산 면세점’의 장영식, ㈜ 이동재팬의 김효섭, 테크노피아의 박재세, 국제익스프레스의 나승도 대표 등이다. 그들은 마이너리티 이주민 집단으로 구성된 디아스포라경제의 주역이다. 일본 현지사회에서 취업차별과 열악한 사회적네트워크에서도 창업에 뛰어들었고 현지인 기업가의 신뢰와 고객가치의 우선으로 틈새시장의 사업을 성공시킨 기업가정신이 돋보인다.

지금의 기업의 창업과 수성은 기술발전 속도나 틈새시장의 감소 등으로 쉽지 않는 도전일 것이다. 그래도 어두운 일제 강점기에도, 소외된 근대화의 과정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해외 자유화이후에도, 꾸준하게 새로운 시장 개척과 틈새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창업하여 기업을 일군 호남 출향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겨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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