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초교 개교 100년의 의미 / 박준수
2022년 08월 09일(화) 19:36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장성에서 광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광산구 비아동은 일제강점기 신작로인 국도1호선이 관통하는 곳이다. 그래서 근대적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비아오일장이다. 1일과 6일 장이 서는 비아장은 조선시대 말에 개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10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오일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빌딩주차장이 새로 들어서고 편의시설이 추가돼 현대적 시장 모양을 갖춰가고 있지만, 대장간 터와 장옥을 비롯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광주에서 다섯 번째 오래된 학교 -
원래 광산군에 속했던 비아는 직할시 승격과 더불어 광주시에 편입 되었지만 여전히 농촌 분위기가 짙게 풍긴다. 비아의 3대 명물은 비아무, 비아배, 비아막걸리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비아막걸리 뿐이다. 한때 ‘황토무’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던 비아무는 고랭지 무에 밀려 쇠퇴했고, 당도가 높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던 비아배는 첨단단지 개발로 많은 과수원들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한편, ‘바람의딸’로 잘 알려진 여행작가 한비야씨는 자신의 책에 자신의 이름과 닮은 ‘비아’의 지명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비아는 일찍이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농촌지역임에도 비교적 일찍 근대식 학교가 생겼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9월1일 문을 연 비아초등학교는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광주 관내에서 공립학교 가운데 서석초, 중앙초, 송정동초, 삼도초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역사가 오랜 학교이다.

비아초교 개교 100년의 의미가 각별한 것은 학교 설립과정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이다. 비아초교는 1921년 9월 야산을 개간해 1년만인 이듬해 9월1일에 개교했는데 이때 주민들이 땅과 건축비 일부를 보탠 것이다.

학교부지는 김해김씨 문중에서 땅 5천평(16,500㎡)을 기증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교문 입구 오른편 화단에는 비아동소학교(1938-1946년 사용했던 교명) 후원회가 세운 김해김씨 문중공덕비가 이를 말해준다.

이같은 비아면 주민의 높은 교육열은 1921년 10월13일자 매일신보에 자세히 소개됐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비아면 주민들이 교육시기를 자각하고 자녀들은 학습의욕이 왕성해 자발적으로 2천원(圓)의 거액을 모금해 공립학교 설립운동을 전개한다”는 보도이다.

비아초교는 또한 초창기 학교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진첩을 간직하고 있어 귀중한 역사자료가 되고 있다. 사진첩에는 제 1회-43회 졸업기념 사진을 비롯 교사신축과 운동회, 농촌일손돕기 등 교내 외 행사, 수업장면 등이 담겨 있어 생생하게 학교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비아초교는 이러한 역사자료를 바탕으로 교내 도서실 한켠에 텃치 스크린 아카이브를 구축, 학생들이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지역민과 함께 축제로 승화되길-
비아초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학교 정문 앞에 비아오일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장 가까이에 학교가 있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처럼 장이 열린 날이면 학생들은 등하교길에 자연스레 물건을 사고파는 장면을 목격하며 장사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이같은 주변환경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2000년 이전만 해도 비아의 상권은 상당한 정도로 번성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비아청년구락부(당시 상인단체)가 나서서 극락역 인근에 시장을 개설하는 등 상권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는 단순히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서 사회통합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비아초교 개교 100년은 학교만의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회는 물론이고 주민자치회, 지자체, 그리고 인근 학교까지 동참하는 지역축제로 승화되어야 한다.

비아초교는 이와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과 더불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알찬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김기선 총장도 지역사회 협력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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