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폭염 취약…경로당 ‘자동 제세동기’ 태부족 광주 1천384개소 중 23곳만 설치…전체 1.6% 불과 여름철 심장 건강 ‘우려’ 불구…“예산 없어 어려워” 김다인 기자

2022년 08월 09일(화) 20:39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려 심장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경로당에서 비상 상태를 대비한 자동 제세동기(AED)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어르신들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 제세동기 의무 설치 장소 대상에 500세대 이상 아파트 등이 포함됨에 비해 경로당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동 제세동기란 피부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심실의 세동을 제거하는 제세동기를 자동화한 것을 말한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경로당은 총 1천384개소다. 각 구별로 동구 116개소, 서구 235개소, 남구 246개소, 북구 373개소, 광산구 378개소다.

이처럼 광주에 1천개가 넘는 경로당이 있지만 이 중 자동 제세동기가 설치된 경로당은 각 구별 동구 13곳, 서구 0곳, 남구 7곳, 북구 2곳, 광산구 0곳 등 총 22곳이라 설치율이 1.6%에 그쳤다.

자동 제세동기가 60곳 중 1곳 꼴로 있는 셈이라 폭염에 특히 취약한 어르신이 자칫 쓰러지면 초기 응급조치를 놓칠 ‘위험’이 있다.

실제 경로당을 주로 이용하는 60대 이상 어르신의 경우 폭염 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에 발표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령대별 폭염 질환 환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6천909명)은 전체 36.7%로 1/3을 넘어섰다.

또 1천424명을 기록한 20대와 비교했을 때 5배 가량 차이가 났다.

윤남식 전남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는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여름철 더운 날씨에 노출될 경우 심장의 부하를 증가 시켜 관상동맥질환을 발생 시키거나 악화 시킬 수 있다. 관상동맥질환 등에 의한 돌연사를 대비하기 위해 경로당에 자동 제세동기 구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동 제세동기를 사용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했을 때 생존율이 3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자치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자동 제세동기를 모든 경로당에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자동 제세동기 설치시 1대 당 24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5년에 한번씩 20만원의 비용을 들여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고 2년을 주기로 10만원의 비용을 들여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패드를 교체해야 한다.

이처럼 설치비 뿐만 아니라 별도 운영비도 필요해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실제 보급까진 어렵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구청 예산만으로는 모든 경로당에 설치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노인 복지 편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 여름철 심장 건강을 위해 광주시 혹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 2항에 따르면 공공보건 의료기관, 구급차, 공항, 선박, 공공주택 등 다중이용시설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 장비를 갖춰야 한다.

다만 노인복지법 제36조에 따르면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지원 강화로 권고 돼 있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