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휴가’(Vacation) 물을 사랑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여름과 잘 어울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원한 작품세계

2022년 08월 11일(목) 19:29
‘더 큰 첨벙’(The Bigger Splash) <위키피디아 검색>
‘예술가의 초상’ <위키피디아 검색>

‘피어블러섬 하이웨이’<위키피디아 검색>

6월 중순 경이 되면 사람들의 기분이 대체적으로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해가 길어져 늦은 시간까지도 밖이 환하다는 점이 있고, 또 하나 며칠만 버티면 마주하게 될 여름 휴가 때문이란다.

쨍한 햇살이 눈 부신 여름, 8월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여기저기 분주한 모습이다. 코로나로 근 2년 동안 다니지 못한 탓에 피서지도 사람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중이다.

여름 휴가지로 가장 이목을 끄는 곳은 어디일까? 산, 계곡, 수영장, 캠핑 등등이 떠오를 테지만 여름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바다’가 아닐까 싶다.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푸른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들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기 그지없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고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그래도 여유로운 올해 여름이다. 독자들은 어디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달에는 여름 휴가를 맞아 들떠있을 독자들에게 물을 사랑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원한 물 그림 몇 점과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수영장 화가라고도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는 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수영장 시리즈를 비롯해 샤워하는 장면, 잔디밭의 스프링 쿨러, 심지어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2018년 11월 그의 작품은 생존 작가 중 크리스티 경매가 최고가인 9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19억에 낙찰되기도 했었는데, 거대한 강아지 풍선 작품으로 유명한 제프 쿤스의 낙찰가 655억을 단숨에 뛰어넘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낙찰된 작품은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이다. 역시나 수영장이 등장하는데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사람과 그를 물 밖에서 내려다보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대체적으로 빨간 옷의 남자를 그의 동성 애인이라 보는 의견이 많지만,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 빨간 재킷을 입은 남자의 ‘우울한 표정’을 제외하고는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가의 한때를 그려낸 작품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다. 또 그림 속 구체적인 사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가볍게 보면 수영장에 그대로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호크니의 작품에 물이 등장하는 시기는 실제로도 그가 여유롭던 시기에 그려진 작품이다. 그림을 그렸던 장소도 호크니가 태어난 영국이 아닌 그가 늘 ‘약속의 땅’이라 일컫던 자유로운 미국의 캘리포니아이다.

무척이나 보수적이던 60년대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며 왕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하던 호크니에게 당시 시대 상황이 조금 맞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까지는 범법 행위이기도 했던 동성애는 물론이고 비록 영국 대중문화 전성기를 구가했던 영국 팝의 기수이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형상이 화폭에 등장하지 않는 ‘추상’이 한창 유행 중이던 세계적 미술 흐름은 그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자신의 일상과 주변의 사람들을 소재 삼아 그림을 그리기를 즐겼으며, 당시 추상 화풍과는 대치되는 구상 그림을 흐름과는 상관없이 지속해 갔다. 그리고 영국 팝아트와 새로 이주한 미국의 팝아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해 갔다.

당시 잭슨 폴록 등의 그림과 호크니의 작품을 비교해 본다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껴볼 수 있겠다. 캔버스를 바닥에 깔고 물감을 흩뿌리는 폴록의 모습과 세심한 붓 터치로 인물과 물, 배경을 화면에 그려 넣는 호크니의 모습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대부분 호크니의 작품들에서 풍겨지는 묘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이는 바로 색감과 물의 묘사에서 풍겨 나오는 미묘한 매력 때문이다.

“물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실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고 시각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자신이 눈으로 본 시각적인 이미지와 색을 그림으로 전달할 때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었다. 이는 남보다는 조금 탁월한 공감각적 능력 덕분으로 그림을 통해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있었다.

그가 작업하는 방식도 조금 달랐다. 밑그림 위에 채색을 바로 얹지 않고 큼지막하고 빠르게 바탕 색감을 올린 다음 세심한 묘사를 해내는데 시간을 많이 썼던 것도 일조를 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 속 물의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작품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활용해 물의 투명도를 강조한 것을 알 수 있다. 수영장의 그림자가 진 부분과 대비되는 빛을 받아 일렁이는 부분은 흰색 선과 청록색, 파란색 그리고 옅은 하늘색 등이 조화를 이뤄 실제 출렁거리는 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평면적으로 표현된 배경색 등과는 차이를 갖는 심도 있는 물의 묘사는 우리의 시선을 더욱 물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물속에 잠수하는 찰나를 표현한 ‘더 큰 첨벙’(The Bigger Splash) 이라는 작품에서는 밋밋한 배경과 대비돼 눈을 끄는 물의 묘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무려 2주간이나 시간을 할애했다던 물은 화면 속엔 보이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능동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매개체이자, 비록 2초 만에 발생한 상황을 세필로 꼼꼼히 묘사해 낸 덕에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늘 새로운 매체를 연구하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아이패드를 들고서 작업을 한다는 그에게 일상 속 소재를 손쉽게 찍어 낼 수 있던 사진이라는 매체의 등장은 매우 유용한 일이었다.

<이현남· 전남대 미술이론 박사수료>
저 멀리 지평선 끝으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맞물려 온통 파랑으로 점철된 그의 포토꼴라주 작품 ‘피어블러섬 하이웨이’도 사진을 활용한 작품이다. 사진을 여러 장 겹쳐 구성한 것으로 입체파의 대가 피카소의 영향을 받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풍경의 이미지를 사진을 활용해 만든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평면에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던 시간의 개념까지도 담아낼 수 있었다.

더위가 한창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 기분이 좋아지는 호크니의 작품을 감상하며 조금이나마 시원해질 독자들의 여름 한때를 바라보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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