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의 '문화터치']충장로의 ‘도깨비골목’을 아시나요? |
| 2022년 08월 11일(목)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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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은 말한다. 예전 젊었을 적 ‘시내간다’고 했을 때의 ‘시내’는 충장로였다고. 그리고 모든 만남의 공간과 장소는 ‘시내’로 통했었다고. 특별히 만나려고 하지 않아도 충장로 우체국 앞에 가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만나게 된다. 그래서 ‘우다방’으로 통했고 만남의 장소가 자연스레 우다방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충장로는 전남도청이 남악으로 이전해가기 전까지 명동 다음의 최대 소비상권으로 엄청난 번영을 누렸었다.
충장로는 광주의 심장이었다. 무등산의 서기를 이어받아 시작된 곳이 바로 광주읍성이고, 광주읍성은 충장로와 금남로를 터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광주는 충장로를 중심으로 고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충장로를 제외시키고선 광주의 정체성을 논할 수 없다. 근·현대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광주읍성의 핵심지역인 충장로는 일제강점기에 상권이 본격화되었다. 주로 일본 상인은 1-3가, 조선 상인은 4-5가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다시 말해 민족자본은 4-5가에서 형성되었다. 충장로의 번영이 가장 절정기였던 60-80년대 충장로 1-3가는 소비문화를 구가하였고 4-5가는 전남북의 도매상권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광주가 노른자, 전남·전북이 흰자위로 사람들을 퍼나르던 버스 회사 터미널들이 4-5가에 포진돼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외버스종합터미널이 현재 롯데백화점에 자리잡았고, 거기서 가까운 4-5가는 도매상권의 핵심역할을 하였다. 종합터미널이 광천동으로 이전해간 80년대 후반까지 충장로 4-5가는 활기를 띠었다.
여기저기서 충장로를 살리자고 한다. 왜일까. 충장로는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성에 기인한 거다. 오랜 세월 보듬어온 광주의 이야기가 거기에 있어서다. 펄떡이는 광주의 심장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권만 발달했을까. 아니다. 광주사람들의 이야기가 거기에 온전히 있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 할 수 있는 광주 동구가 바로 금남로와 충장로를 품고 있다. 한국 정치가 살아서 꿈틀거렸던 곳이다. 실제로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 전남도청, 분수대, 금남로, 충장로를 아우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품어낸 문화의 현장이기도 하다. 5월 거리축제 등이 그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광주의 미래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냈다.
충장로 되살리기의 시발점은 오래 전 시작된 충장축제다. ‘7080 추억’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 축제는 전국 최고의 축제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추억팔이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인 축제 컨셉으로 다시 추스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핸 ‘충장 르네상스’ 계획을 세워 국비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광주문화재단도 나섰다. 2022광주학콜로키움의 테마로 ‘광주패션’을 잡았다. 광주패션은 충장로의 상권에 힘입어 최전성기를 누린다. 광주패션의 흔적을 찾아 재정립함으로써 광주의 문화자산이랄 수 있는 광주패션의 미래를 열어보자는 뜻에서다. 대동문화재단도 9월호 특집으로 ‘충장로’를 기획했다. 광주정신과 혼이 움트고 자란 곳이 충장로이기에 충장로를 알아야 광주를 알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다. 전국의 연인들이 충장로 도깨비 골목에 들러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커플링을 줄을 서서 맞춰갈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재밌는 스토리를 찾아 전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충장로의 골목골목들이 살아 꿈틀거리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관과 상인, 문화기획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광주의 정체성을 가득 담고 있는 이 거리에 사람들이 찾아올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야 한다. 충장로를 살리고 도깨비 골목을 살리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