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정치적 독점구조, 지역몰락의 지름길 / 임우진 |
| 2022년 08월 15일(월)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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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데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청년선거구 문제나 공천과정 등에서 기대만큼 투명성, 공정성과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해도 광주는 단체장과 지역구 시의원 당선자 전원이 민주당이다. 대구의 경우는 모두가 국민의 힘이다. 양 지역 모두 절대적인 지역독점구조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 지역에서는 민주당을 통해 지역의 낙후와 소외를 극복하고 지역발전을 이루고자 오랫동안 똘똘 뭉쳐 지지해 왔다. 그런 만큼 광주가 민주당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더 개혁적이고 투명하고 민주적이여야 한다. 하지만 후진적인 정치에 안주했고, 지역은 쇠퇴하고 답보를 면치 못하다 보니 절대적 지지를 해온 지역민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배신감을 느꼈을 만도 하다.
그러나 특정 정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지역민들의 생각처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나 지역발전을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지역권력의 독점으로 지역 역량과 발전을 쇠퇴시킨다는 이율배반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현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대구·경북과는 달리 정치적 독점이 왜 얼마나 나쁜 것인가에 대한 인식과 논의가 거의 없었다. 지방선거 과정의 민심 변화도 독선 정치와 뻔한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지역의 정치권력 독점이 장기화 될 때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는지, 보다 심층적인 논의와 인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정치권력의 장기적 독점은 지역사회의 비판기능을 약화시키고, 쉽고 편한 정치, 자기이익우선 정치로 흐르게 되어 지역정치 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의 역량을 약화시킨다. 또한 사회는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되고, 부패와 비효율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인간의 불완전성에 기인한 것으로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턴 경(Lord Acton)의 말처럼 어느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는 권력의 속성이자 철칙인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첫째, 지역의 정치적 독점구조가 장기화 되면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기능이 약화되고 지역사회는 다양성이 상실되고 획일화된다. 특정 정당이 선거직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지역사회 모든 분야를 직간접으로 지배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을 때, 언론, 의회, 시민단체, 지식인 그 누가 권력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을까? 지역사회는 지배권력의 가치와 철학에 동조되어 가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토론, 양보 타협의 민주적 기능은 작동되지 않게 된다.
둘째, 지역정치는 견제 비판없는 편한 정치에 안주하고, 지역정치인은 능력 성과보다는 정치세력화에 우선하고 자치행정에는 정치가 개입하게 된다. 지역 독점정당은 지역민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경쟁이 없어 강한 비판 견제를 받지 않는 가운데, 권력지속을 위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정치적 힘으로 하위정치인을 지배하는 쉽고 편한 정치에 안주하게 된다. 따라서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된 정치 제도·행태를 개혁하지 못한다. 지역정치인은 공천에 대비한 당원모집관리, 연대협력 등 정치세력확보를 최 우선하게 되고, 자치행정에 정치가 깊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 정치적 독점구조 속에서는 사회 각 분야에도 정치적 영향력이 침투되어 각 분야 나름의 질서와 문화, 논리를 기반으로 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쟁이 어렵고, 결국 지역사회 각 분야의 역량이 쇠퇴하게 된다. 우선 각 분야의 성장발전을 이끌어 갈 역량있는 주체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또한 지역사회의 의제 설정· 문제해결· 혁신역량 등도 침체되게 된다. 어떤 문제에 대한 주체적인 가치관과 확신으로 당당하게 비판하고 도전하는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광주·전남 37석(49%), 대구·경북 37석(44%)인데 반해 충청지역은 단 1석도 없다는 사실은 정치적 독점지역이 얼마나 침체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넷째, 지역 자치행정역량과 행정서비스의 질적 저하다. 주민의 생활서비스 공급과 주민자치 역량 함양이 책무인 구청장의 경우, 지역독점 정치의 후진적인 행태로 인해 선거 대비 정치적 세력확대를 최우선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기초자치 발전이나 주민서비스 공급책무 수행과 상충되는 현실적 딜렘마도 지역독점 정치의 후진성 때문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치행정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상과 같은 지역독점 정치의 폐해를 깊이 인식하지 못했거나, 국민의 힘에 반사이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안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은 똑같이 지역독점정치의 피해자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무엇보다도 시급히 개혁돼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양 지역의 희생하에 거대양당이 후진적인 편한 정치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언제까지 잘하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에 따라 정권을 맡는 불합리를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지역독점 정치구조야말로 지역몰락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광주와 대구를 위하고 진정한 정치발전과 선진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면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