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에 맞서는 야외 노동자들](4)환경미화원 쓰레기 줍고 싣기 반복 땀 ‘뚝뚝’…“여름철 고역” 김다인 기자 |
| 2022년 08월 18일(목)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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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는 음식물이 빠르게 부패해 냄새도 더 역하고 땀과 섞이면 하루종일 고역이지만, 우리가 있어야 깨끗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새벽을 열고 있습니다.”
한여름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8월 중순, 31도를 넘는 날씨에 10분만 서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지만 도시의 쾌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18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3인1조로 이뤄진 생활 쓰레기 수거 운반 담당 환경미화원들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아 가며 바쁜 손길로 쓰레기가 가득 찬 종량제 봉투를 쓰레기 수거 차량에 옮겨 실었다.
이동을 위해 쓰레기 수거 차량 뒤에 탑승한 이들은 한 여름 내리쬐는 열기를 피할 길 없었다. 또 쓰레기 독성을 막기 위한 방진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차에서 내렸다 다시 오르며 큰 호흡을 내쉬길 반복했다.
반팔만 입어도 더운 여름 날씨지만, 이들은 반팔 안에 기능성 긴팔을 하나 더 입고 그 위로 환경미화원 조끼까지 입었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쓴 헬멧 안으로는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캡모자를 하나 더 쓰고 있었다.
이들은 여름에도 반팔을 입지 못하는 이유로 “칼과 유리 등 날카로운 물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환경미화원 10년차 A씨는 “종량제 봉투를 들어 올리는 순간 뭔가 몸 안으로 훅 들어오는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칼이다.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동료가 ‘몸에 피난다’고 말해줘서 가슴 팍에 피가 묻은 걸 보고 그제서야 다쳤구나 할 때가 많다”며 “종량제 봉투 안에 든 칼, 사기 그릇 같이 날카로운 물건들은 우리에게 곧 흉기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A씨를 비롯, 환경미화원들은 종량제 봉투에 무방비하게 들어있는 날카로운 물질에 자주 부상을 입는다. 퇴근하고 나면 온 몸 이곳저곳이 긁혀있는 것은 다반사며 칼 등에 허벅지를 베이고 손가락을 다치는 일이 잦다.
환경미화원의 여름철 또 다른 애로는 다름 아닌 ‘음식물’이다. 이날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실린 쓰레기 봉투는 차량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 ‘팍’ 소리를 내며 음식물을 토해냈다.
이를 지켜보던 환경미화원 B씨는 “음식물이 든 봉투가 차량에 들어가면 음식물 쓰레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온다”면서 “이걸 우리는 온 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온 몸에 묻은 음식물은 이들의 식사에도 영향을 끼친다. A씨는 “땀 냄새랑 음식물 냄새가 섞여 민폐가 될까 식당으로 들어가기 눈치 보여 점심도 편하게 먹지 못한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받아주는 식당만 가다 보니 매번 먹던 것만 먹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은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 그리고 환경미화원으로서의 책임감이다.
A씨는 “일하다 보면 우리를 피해 빙 돌아가고 코를 막고 힐끗 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은 울컥하고 서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생각하면 힘을 내서 일하게 된다”고 환히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을 버리면 안되는 건 물론이고, 날카로운 물건은 종이로 포장해서 처리해주시거나 봉투에 경고 문구라도 적어 넣어주면 감사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당부한 이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했다.
/김다인 기자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