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선 ‘케세라세라’展, 26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100개의 달로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거대풍선 미디어 작품·입체 조형 등 150여점 선봬 전시 기간 관람객 소원 엽서 만들기 체험 진행 눈길 최명진 기자

2022년 08월 21일(일) 19:09

서은선作 ‘Que sera, sera Moon’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제공>

서은선作 ‘moon’

예로부터 한가위에는 송편을 빚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사람마다 고민의 무게와 종류는 각자 다양하겠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손을 모으고 바라던 소원 속 진심만은 다름 없을 것이다.

추석보다 일찍 둥근 보름달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달맞이 소원을 빌 수 있는 자리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오는 26일까지 서은선 작가의 개인전 ‘케세라세라’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케세라세라’는 ‘세상만사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는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이 문구에서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발견하고 그 방향성을 작품 속에 투영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8점을 비롯해 2m 크기의 거대풍선을 스크린으로 하는 미디어 작품, 입체 조형 1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메인존에 있는 커다란 풍선은 슬픔의 눈물 덩어리 또는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간절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풍선을 감싸고 있는 붕대는 아픔을 치유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아프고 아파 이제는 굳어버린 마음을 의미한다.

한쪽에 전시돼 있는 싱잉볼의 진동은 공기 중으로 전파되면서 우리 몸을 이완시키고 자극을 준다. 인간의 심장 박동과 맥을 뛰게 하는 진동 주파수에 맞춰 멈춰져 있는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화풍의 구상작이 중심이었던 작가의 전기 작품에서는 환하게 웃는 호랑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표현 방식이 억지웃음을 짓고 행복하기를 강요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고 이번 전시의 주제에 더욱 집중한다.

이후 작품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기억을 흘려보내는 의미의 달이 등장한다.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점차 단단하게 굳어가는 석고붕대의 성질을 이용해 만든 수많은 달은 아픔을 흘려보내고 단단해진 내면을 표현한다.

간절한 소망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날 마음속의 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환기하며 한결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전시 기간 중 소원 엽서 만들기 체험도 진행된다. 관람객들은 소원카드에 자신의 소원이나 이제는 흘러가버렸으면 하는 아픔을 적고, 물감을 흐르게 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작가는 “우리 모두의 간절함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100개의 달과 함께 소통하고자 한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자신을 아픈 시간에 가둔 사람들을 위한 애도이자 그 아픈 시간에 추를 달고 흘러가길 기도하는 염원의 작업이다. 그동안 잘 버텨준 당신에게 조금만 더 나아가 보자는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