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문화매개’의 역할, 민선 8기에서 기대해 본다 / 최철

2022년 08월 21일(일) 19:23

최철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요즘 문화계에서 자주 사용된 언어로 ‘문화매개’를 꼽는다. 문화정책의 대변화를 이끄는 이 단어는, 문화융성과 문화 향유, 문화의 외연 확대를 이끌어 정치 사회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마찰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사회 안에서 불필요하게 조성되는 갈등의 비용을 줄이고, 사회 구성원의 활발한 활동을 촉매할 수 있는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매개(mediation culturelle)는 문화 대국 프랑스에서 생성된 단어이다. 프랑스 문화부 정책 목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프랑스인에게 인류의 문화유산과 특히 프랑스의 작품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예술 작품을 위한 창작 활동과 이를 위해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문화정책의 중심에 이와 같은 ‘매개사상’을 가지고 있다. 문화가 국가의 흥망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근원이 되는 힘이라고 생각한 프랑스는 특히 문화에 대한 식견이 정치인들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로 보았으며, 정권을 차지한 정책입안자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결과로 프랑스는 문화강대국이라는 기치 아래 융합해 관광사업을 비롯, 다양한 국가정책에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이와 비견해 대한민국의 문화 대통령 김대중을 꼽을 수 있다. 지금의 융성한 한류 문화의 기반이 되는 정책들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장 많이 회자 되며, 그의 정책 추진과 인재 등용 술 등 많은 면에서 문화 안에 내포된 힘이 공유되어 공감을 나누는 힘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제 광주를 이야기해보자. 문화 광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 정책입안자나 정책이 생각나는가? 필자가 가장 많이 봐 왔던 것은 5·18과 연관해 끊임없이 회자시키고 기억을 강요하는 동일 반복 패턴의 문화정책들이 연상된다. 5·18을 문화로 승화시킨다는 것에 대해 필자도 동감하며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매개자로서 지원은 하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팔거리 원칙’이라는 문화정책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선다. 또한 다양한 구성원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뒷전이고 소수 관계자와 정치적 논리에 의한 오류정책들이 난무하는 것. 아울러 우리가 지켜보았던 5·18 문화정책의 난맥상이기도 하다. 기억하기 위한 5·18, 미래의 희망을 싹틔운 5·18, 세계인의 5·18, 젊은이 미래세대의 5·18등의 다양성에 대한 수용보다는 긴 세월 동안 흘러오며 또 하나의 권력 집단에 의한 획일화된 5·18 문화로 걸어오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다가선다. 이 이외에도 ‘미디아트’, ‘국악 상설 공연’ 등 대표적인 광주의 문화예술은 생산자인 예술인을 위한 정책이 주를 이루며, 일방적인 프리젠테이션식 공연과 전시로 시대정신인 ‘문화 매개’로 인해 펼쳐지는 생활문화의 저변확대로 뜨겁게 달구어진 세태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 것 같다. 이로써 문화의 확장성과 저변확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광주의 문화는 정체되어왔다. 지금까지 이행되온 광주의 문화는 프로파간다적 성향의 획일화된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고, 정책입안자들 역시 스피커를 자처하는 문화정치인과의 상생의 관계라는 틀 안에서 진보적 변화에 미흡해 온 것을 우리는 봐 왔다.

문화생산자인 예술인들과 소비자인 시민들이 함께 문화상품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플랫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생각과 변화를 함께 받아들이고 나눌 수 있는 매개 역할의 광주시정 노력이 절실하다. 문화인프라를 키우고 이로 인해 확대되는 열매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광주시와 시민들 예술인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열쇠가 아닐까?

민선 8기 광주시는 지금까지 거닐어 온 오류의 문화정책을 과감히 개혁하고 문화시장으로서 강기정표 시정을 해 나아가야만 한다. 변화로 인한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 역시 발전의 마중물이라는 생각으로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덩실대는 민선 8기 문화 광주시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