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건설 마형렬 회장 회고록(20) 나를 따르던 삼총사 |
| 2022년 08월 23일(화) 16:05 |
|
-본 원고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님의 회고록 '막히면 뚫고, 닫히면 열고'를 인용한 것으로, 내용 중 등장하는 이름과 장소 등을 일부 편집했음을 알립니다-
내가 동광건설에 사표를 내던지자 함께 따라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나주 출신의 한 모씨다. 그는 콤푸레샤 기술자로 함평지역 한해 현장에서 일하다가 강진 학동저수지 현장으로 온 사람인데 내가 현장을 그만 두자 막무가내로 같이 그만 두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러 차례 만류했으나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리는 기회가 닿으면 함께 일하기로 하고 보따리를 쌌다.
또 한 사람은 동광건설에서 함께 있었던 최 모씨다. 처음에는 나의 만류로 동광건설에 그대로 있었으나 얼마 후 나와 합류해 남양건설의 부사장까지 지낸 뒤 건설회사를 차렸고 마지막 한 사람은 김 모씨로 훗날 나의 막내 누이와 결혼해 상무까지 지내다 정년퇴임했다. 긴 건설인생에서 이들은 한때 나의 분신이었으며 뗄래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었던 광주시청 중부출장소장 박 모씨로부터 공사를 맡았던 나는 약속대로 곧바로 한 모씨를 불러 현장을 맡기고 총무 김 모씨에게 책임을 주었다. 김 모씨는 동광건설에 있던 최 모씨의 추천으로 받아들였는데 정말 성실한 젊은이였다. 그는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세 차례나 큰 수술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내가 함께 했고 무사히 수술을 마침으로써 정년까지 나와 함께 한 의리의 사나이다.
오늘날 남양건설이 이 정도의 위치에 오른 데에는 이들 삼총사의 남다른 수고와 노력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이들의 숨은 공을 일러주곤 했다.
최 모씨, 한 모씨, 김 모씨 등 이들 삼총사는 남양건설을 인수하기 전부터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해주었다. 또 초창기부터 함께 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 내에서 오랫동안 가신처럼 지낸 사람이 있다면 서울지사장을 지냈던 송 모씨가 아닌가 싶다. 그는 길 모 전 공화당 사무총장의 보좌관을 지내다 길 총장의 추천으로 입사했는데 심성이 곱고 정직해 서울지사 모든 업무에 대해 전권을 주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으로 인덕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회사 업무에 국한된 일이기는 하나 직원들이 회사의 기밀을 가지고 나를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성격이 직설적이어서 무엇을 감추지 못하고 그때그때 말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되도록 투명하게 회사를 경영하려 하기 때문에 나쁘게 맘을 먹으면 얼마든지 나를 괴롭힐 수도 있었으나 그런 문제로 애를 태운 사람은 없었다. 나는 항상 직원을 채용하면서 관상을 중요시 하는데 그것도 하나의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관상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인다면 내가 생면부지의 박 소장을 찾았을 때 그는 나의 관상과 기백을 믿고 참여시켜 주었다. 박 소장은 한학을 많이 하신 분으로 관상으로 조예가 깊었다. 나는 결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오래도록 그 날의 이야기를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관상에 얽힌 또 하나의 일화는 군대시절로 되돌아간다. 포병 2군 사령부가 미 고문단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을 접대할 식사당번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사병들은 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데다 위생이 청결치 못해 장교식당에서 일할 사람을 차출할 때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내가 뽑혔던 적이 있다. 스스로 얼굴이 잘생겼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어디를 가나 인기가 있었던 것은 인생살이에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