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문화살롱]봄날에 햇살 같은 우리의 청년, 그들이 바라보는 이 시대 ‘광주의 삶’ 문화난장 넘치는 그곳에 시대정신 담아낸 철학이 있다

2022년 08월 23일(화) 19:45

필자가 김진우 대표, 정유진 선생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을 걸으며 광주 문화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라고 청춘을 이야기한다. 과거 청춘이란 단어에는 낭만이 담겨있다. 싱그러움, 불타는 열정, 도전이 연상되는 청춘, 청년들에게 청춘시대는 실패조차 아름답게 보였다. 작금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의 자녀이자 후배인 그들의 청춘시대는 어떠한가? 그들이 만나는 광주의 청년 삶을 문화적 견지에서 통찰해보고자 한다.


- 청춘, 금수저가 답이 돼 버린 세상에 告하다 -

금수저가 답이 되어 버린 세상.

언제부터인가 청년에게 가장 큰 스펙은 부모와 집안 배경이 돼버렸다. 공정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대학 입시는 금전과 정보력에 우위가 있는 가진 자들의 자녀들이 독식하는 세상이 돼버린 작금의 청춘시대는 청년들의 찬란한 희망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암울하게 만든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고 혁신적인 그들의 아이템은 대기업 자본에 도용되고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에 의해 사장되기 일쑤고, 이러한 불합리에 대한 청년들의 외침은 마치 과한 요구로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이반 세력의 모습으로 치부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청년은 빠른 도약을 위해, 금수저들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위험한 도전에 나선다.

위험성을 알면서 자포자기하듯 코인과 주식시장을 노크하고 몇몇은 다단계 등의 비합리적 길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이 시대는 사회 초년생인 그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영끌’을 통해 도약을 소망하는 청년은 이제 회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뿐만인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울분한 청년의 마음을 담는다는 정치인들의 입바른 이야기는 그때뿐이고 기성정치는 변화를 바라는 새 시대 새 인물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에 고개를 숙이는 아바타와 같은 청년을 바랄 뿐이다. 순간의 표를 위해 잠깐 쓰다 버려진 청년 정치 낭인들은 올곧지 못한 세상을 한탄하고 세상을 바꾸자는 꿈보다, 대의라는 집단 이익에 굴복하기까지 한다.

작금의 시대는 ‘상실의 시대’로 방황의 긴 터널에 청년을 몰아넣고 있다. 이럴 때 그들을 위로하고 다시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것이 문화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창의와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로 흥이고, 감동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세태의 흐름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기 위해 재충전을 할 자신들의 놀이터를 찾는다.

문화 난장이 넘치는 그곳에는 시대정신을 담은 철학이 있고 상실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넘쳐나는 에너지가 있다. 광주의 두 청년을 통해 그들이 지나는 광주의 청춘시대를 함께 바라보고 이야기해보자.

청년 기업인 (주)지누크 김진우 대표와 방과 후 교사를 하는 피아니스트 정유진 선생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광주에 정착해서 사는 30대 청년이다.

김진우 대표, 정유진 선생, 최현민 학생과의 소소한 대화

김진우 대표는 광주에 남아있는 자신을, 성공하지 못한 모습으로 보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광주의 인재 유출을 이야기한다.

특히 문화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훌륭한 인재는 다들 서울로 향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는 광주가 지역인재를 키우지 못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의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중앙을 걸쳐 다시 내려오면 그때서야 그들을 인정해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훌륭한 지역인재가 이곳에서 문화를 융성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주의 시스템이 지역 청년들의 꿈을 담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은 비단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있으며, 이 지역 청년들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일상과 같은 일이라 전하고 있다.

광주를 사랑하지만 떠나야만 하는 친구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정유진 선생은 무거운 광주에 관해 언급했다.

두 청년 모두 이러한 의견에 대해 서로 공감한다. 광주는 5·18에 매몰된 섬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이야기가 비장하고 장엄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상실의 시대를 통과하는데, 청년들에게 광주는 그날의 아픔을 꼭 지금의 기득권인 기성세대의 시선으로 이해하길 바라고 있다.

자신들의 시선, 자신들의 방식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지역 언론과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청년들에게 5·18 그날을 상기하라고 한다. 상기하는 것 동감한다. 하지만 이 지역 청년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승화시키길 원한다. 이제 5·18을 즐기고 싶다. 어둡고 무거운 광주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고 있는 김진우 대표(사진 上)와 정유진 선생.

- ‘틀’을 깬 다양한 시선만이 세상을 바꾼다-

필자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의 역사와 5월 영령의 한을 가득 담아 부르는 ‘님을 위한 행진곡’ 역시 사랑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이 공감하는 다른 버전도 필요하지 않을까? 2차 세계 대전 전범자이며 이탈리아를 수렁에 빠뜨린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를 반대하는 반파시스트들이 항쟁과 분노로 불렀던 ‘Bella Ciao (안녕 내 사랑)’은 세계 어디서나 들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명곡이 됐다.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곳, 전쟁과 시위 현장에서, 그리고 영화 안에서, 술집에서 우정을 나누며, 기차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함께 세계 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항쟁이 이제 흥으로 승화했다. 이렇게 변화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응원해 줬고 이러한 변화는 더욱 큰 시너지를 낳았다. 그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이, 독재에 항거해 흘린 그들의 피의 의미를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다시는 역사가 이러한 범죄를 용인하지 못하게 하는 발걸음이 아니었을까?

<최철·조선대 문화학과 초빙 교수>

청년들은 광주가 지극히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광주가 정해놓은 잣대를 어기면 인정받기 힘들다고 한다. 광주의 생각, 광주의 시선을 따라야만 하는 이곳에서 자신들이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 전한다. 무언가를 기리고 추모하기 좋아하는 광주가 이제 문화의 옷을 덧입고 비상하길 고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변화만이 광주가 청년이 이곳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숨통을 틔워주는 일이라 전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투쟁이, 모든 정의가 광주가 짊어질 짐이라 생각하는데 이제 이러한 역사의 의무로 생각했던 짐을 내려놓고 이곳에 모이는 아픔과 한이 기쁨과 흥으로 승화됐으면 한다고 전한다. 즐잼하고 행복하고, 감동을 주는 광주가 이제 전국의 청년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에너지 충전소 광주가 되길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응원한다.

Tip1. 김진우 대표·정유진은…
※김진우 대표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회사인 청년기업 ‘지누크(ZINUK)’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누크(ZINUK)’는 주로 오프라인 비지니스회사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프리랜서 피아니스트 정유진은 방과 후 교사, 개인레슨, 반주를 병행하며 지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쳐 나아가는 청년 예술인이다.

Tip2. 인터뷰를 마치고…
두 청년, 그리고 광주일고 2학년 재학 중인 최현민 학생과 함께 오후 시간을 보냈던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훌륭한 시설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시아의 철학과 문화예술을 고찰할 수 있는 공간에서 전시된 작품들 감상의 기회를 함께 가질 수 있어서 나눈 담론이 더욱 풍성했다.
헤어지기 아쉬웠던것이 세대간의 매개역할을 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공간의 우수성 때문이 아닐까? 이곳에서 서로에게 감동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이렇듯 좋은 공간에 청년이 모여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홍보가 절실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