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한공기 쌀값 220원 본사 부회장 |
| 2022년 08월 24일(수)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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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이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지난해 수확기에 비해 30%가 떨어졌다. 21년 재고(구곡)가 쌓여있어서 올해 수확기에 접어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 같다.
농민들은 큰 한숨을 쉰다. 이대로 놔두면 큰 일이다. 농자재값, 농가부채이자율상승, 인건비 폭등까지 겹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쌀값 자체가 너무 싸다. 다른 식품 가격이 모두 오르는 마당에 쌀값만 내리고 있다. 밥 한공기에 들어가는 쌀을 쌀값으로 계산하면 220원에 불과하다.
햅쌀 수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고 있다. 잘알다시피 정부는 공익직불제를 시행하면서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도입했다. 쌀값 하락분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쌀의 안정적 공급과 쌀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쌀값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쌀 가격 하락은 곧바로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이 하고 있는 쌀 수매와 방출 제도를 이전처럼 정부가 수매하고 목표 가격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위기라고 난리인데, 귀중한 식량인 쌀 문제를 이렇게 허술하게 다뤄선 안된다.
정부는 쌀농사가 식량공급 이상의 생명산업이라는 차원에서 다시 접근해야 한다. 더이상 쌀시장 불안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해산 쌀처럼 적정 매입 시기를 놓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가격지지 효과를 얻지 못한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산 쌀의 경우 수확기 이전부터 과잉생산으로 값 하락 우려가 제기됐고, 농가와 농업계는 정부에 선제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해를 넘겨 올해 들어서야 3차례에 걸쳐 시장격리가 이뤄졌지만 가격은 여전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입찰 방식도 문제였다. 예정가격 아래로 써낸 대상에 대해 낮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물량을 사들이는 역경매 방식을 고집했으니 기대했던 약발이 듣지 않은 것이다.
국내 전체 농가의 절반가량이 쌀농사로 생계를 잇고 있다. 올해까지 연이어 쌀값이 추락하면 우리 농민들은 소득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외교적 목적으로 이뤄진 쌀 의무수입도 정부가 농민에게 책임져야할 문제다. 정부 추산으로 지난해 27만톤이 초과 생산되었지만 매년 감당해야할 수입쌀 물량이 40만톤이 넘고 이중 밥쌀용이 4만톤이 넘는다.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매년 40만톤 가량 보내던 북한 식량 지원도 사라졌다. 쌀값 불안정 요인을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물 특성 상 쌀 생산은 시장상황에 맞게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없다. 논은 한번 사라지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 등 주요농산물에 대해서만큼은 과잉생산이니 뭐니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 넘치면 적정가격에 매수하고 모자라면 방출하는 역할을 적절하게 해줘야한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밥이요 생명이다. 쌀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공동체의 근간이자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쌀 소비량은 1980년 연간 132.4kg에서 먹거리의 다양화와 간편식 선호 등으로 지난해에는 61.3kg을 소비함으로써 국민 1인당 하루에 168g, 밥 2공기도 먹지 않아 소비량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흰쌀밥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반세기를 돌이켜 보면 정부는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주곡의 자급자족을 위한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매년 쌀의 자급률은 100%를 넘고 있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쌀이 조금 남아돈다고 호들갑을 떨고, 경제논리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곡물자급률이 23.4%로 매우 낮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빈번한 기상이변과 사막화, 바이오 연료 개발 등으로 세계 식량 부족 현상이 예견되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약 30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 정도이다.
생명 산업인 쌀 정책이 과거 인구 억제 정책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식량안보에 대한 장기적이고 세밀한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우리 쌀의 세계화를 강구해야 한다. 쌀 생산 기반이 붕괴하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능성 벼, 가축 사료용 벼 재배면적을 늘리고, 더 많은 기능성 쌀 품종 개발과 저비용 고품질 생산·저장 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한편, 전략적 산·학·관·연 협력 체계를 구축,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산업화하는 등 부가가치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
전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국회에서 ‘쌀값 하락 대책마련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신속한 3차 시장격리를 요구했다. 정부는 더이상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추가 매입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에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쌀값 안정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농가가 과잉생산으로 인한 값 등락을 가슴 졸이며 지켜만 봐야 하나. 정부와 국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다.
위기의 시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충분한 식량을 보유하고 공급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생존과 안보의 문제이다. 쌀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민족의 생명이다. 쌀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생명과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