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천400만 시대…보유세 놓고 찬반 ‘첨예’ 찬성 “동물복지 위한 과정” vs 반대 “경제 부담·유기 증가” 정부, 반려동물 관리 국민의견수렴…보유세 항목 최근 삭제 오복 기자

2022년 08월 24일(수) 20:08

정부가 반려동물 복지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국민의견수렴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보유세 신설’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반려동물 1천400만 시대를 맞아 보유세 신설을 찬성하는 측은 동물복지를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측은 경제적 부담과 유기 동물을 가중시킨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반려동물 관리방안’ 등에 대한 5가지 문항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을 진행 중으로 이날 기준 5천800여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문항은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을 확대하고 동물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도입 관련 내용으로 ▲반려견 동물등록 의무와 과태료 부과 인식 여부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의무화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동물 사육 금지 필요성 ▲개물림 사고를 유발한 개에 대한 안락사 필요성 ▲반려동물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신설 등 5개 항목이다.

하지만 이중 ‘반려동물 보유세 신설’ 관련 문항에 거센 반발이 일자 농식품부는 전날 해당 항목만을 삭제했다.

반려동물 보유세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 금액을 세금으로 거둬 이를 동물병원 의료보험 등 동물 복지와 관련된 예산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반려인의 조건을 강화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고 유기 동물의 수를 줄이는 등 동물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보유세 신설’에 대해 시민 2명 중 1명으로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8-9일 실시한 ‘동물권 보호 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 중 55.6%는 동물권 향상을 위한 반려동물 보유세 신설에 동의했다.

국민의견수렴 사이트에는 실제로 ‘보유세에 찬성한다’는 다수의 댓글이 게시됐다.

댓글에는 ‘반려동물 등록 의무를 통해 보유세를 정착시켜야 한다’, ‘보유세를 통해 소유자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보유세 도입이 동물학대를 줄일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유기견을 줄이는데 일조할 것이다’ 등 긍정적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에 반대 의견도 다수 게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반려동물 등록률이 10-30%로 매우 낮은 수치로 보유세를 물면 공정하지 못한 제도가 될 것’, ‘보유세를 물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다수의 유기견이 발생한다’ 등 보유세와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립했다.

또한 시골개의 경우 세금을 징수할 경우 동물등록을 하는 대신 유기동물만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해외에서도 반려동물 보유세의 성공과 실패 사례가 공존한다.

실제 200여년 전 영국에서 광견병 명분과 유기동물 발생 예방, 들개화, 배변문제 등으로 인해 징벌적 성향의 세금으로 시작된 반려동물 보유세 정책은 성실납세자의 회의감을 일으키는 불공정 조세로 인해 폐지된 바 있다.

이후 1910년 독일에서는 전국 반려견 동물등록을 전수조사를 통해 100% 완료했고, 민관이 힘을 합쳐 반려동물 보유세 시행에 성공했다. 세금은 ‘반려인으로서 책무를 다하자’는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독일 베를린에서 연간 140억원의 세금을 징수해 반려동물 복지정책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전에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과 전문가로 구성된 동물복지전담 기구의 신설이 선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경 광주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겸임교수는 “이미 1796년 영국에서 최초로 시행됐던 반려동물 보유세 제도는 한번 실패했다”면서 “현재 시민 의식화와 동물등록이 미미한 상황에서 시작될 경우 우리나라도 같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교육을 통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고취가 우선시돼야 하며, 동물 전담기구가 공적기관으로 출범돼 지자체 등과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교육을 통해 반려견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법과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았을 때 진정한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