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참사 11주년 이젠 정부·국회가 나서야

2022년 09월 01일(목) 19:50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지 11년이 지났지만 기본적인 보상마저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도 전국 통계와 비슷하게 절반 정도만 피해자로 공식 인정됐을 뿐인데다 가해 기업들이 여전히 방관적인 태도여서 진전이 없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끔찍한 고통에 갇혀 산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올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 신고자 360명 가운데 인정받은 경우는 200명으로 그 비율은 55%였다. 광주는 신청자 193명 중 106명(생존 81명·사망 25명), 전남은 167명 중 94명(생존 63명·사망 31명)이다. 반면 광주에서는 87명(생존 62명·사망 25명), 전남은 73명(생존 53명·사망 20명)이 아예 인정되지도 않았다.

전국적으로는 신고자 7천768명 중 4천350명만 피해가 인정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무려 88%에 달하는 3천842명이 기업들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신고했지만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도 3천154명에 이른다. 특히 신고자 중 23%인 1천784명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렵게 피해를 인정받았는데도 10명 가운데 9명은 정당한 배상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옥시와 애경이 피해 지원을 위한 조정위원회 측 제시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시민센터는 비난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뒤늦게서야 인정받거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더욱 초조할 수 밖에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10년을 훌쩍 넘겼으나 현재까지 아무 것도 해결되지 못했다. 특별법까지 만든 사회적 참사지만 피해는 수습이 아닌 확산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이루 말 못할 아픔을 겪다 숨진 이들도 상당하고 지금대로라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양심까지 판 기업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서울을 비롯한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모행사와 캠페인이 열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정부와 국회도 역시 미온적이다. 구제법을 개정해 기업에 휘둘리지 말고 법률에 따라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에 즉각적으로 답해야 한다. 실질 조치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