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애도:상실의 끝에서’展, 12일까지 다양한 시각매체로 만나는 ‘상실과 애도’ 빌 비올라·게르하르트 리히터·김수자·박영숙 등 국내·외 작가 13인 참여…미래 향한 발걸음 담겨 최명진 기자

2022년 09월 04일(일) 19:08

김수자 作 ‘바늘 여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재앙, 기술 발전의 양극화로 발생한 무기 개발과 전쟁,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전염병 등 수많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삶의 터전과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 벌어졌던, 그리고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우리는 매일을 ‘상실’이라는 슬픔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실 속에서 서로를, 자기 자신을 애도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이런 가운데 상실을 예술로 승화시켜 선보이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12일까지 하반기 기획전시 ‘애도 : 상실의 끝에서’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작품의 해외 운송이 힘든 만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CNCITY마음에너지재단, 국립현대미술관과 우양미술관 등 국내의 다양한 기관에서 협조를 구해 마련됐다.

13명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가 겪은 다양한 상실, 그리고 그들만의 애도를 시각적 방법으로 전달한다.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 1970년대 자신의 사적인 사진을 작품화해 반향을 일으켰던 낸 골딘, 프랑스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시프리앙 가이야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잉카 쇼니바레, 안젤름 키퍼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빌 비올라의 대표작 ‘트리스탄의 승천’과 ‘불의 여인’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한 것으로, 빌 비올라 스튜디오와 국립현대미술관 양측 협의를 통해 전시가 성사됐다. 상실과 부활에 대한 인간 감정을 담아낸 시적인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빌 비올라 作 ‘불의 여인’ ⓒ빌 비올라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안젤름 키퍼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안젤름 키퍼는 작품을 통해 모든 사회가 경험하는 외상(外傷), 그럼에도 계속해서 탄생하는 생명과 쇄신을 드러낸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몇 달 전 서독으로 망명한 게르하르트 리히터 역시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두 종류의 전체주의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체득한 것을 양식화해 표현해낸다. 그의 작품 ‘루디 삼촌’은 전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엉킨 가족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창조적인 작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국내 작가로는 뉴욕, 파리 등 국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수자, 한국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 박영숙, 젊은 시각에서 상실과 애도를 바라보는 이재각, 박정선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타인과 연결하려는 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 등 다양한 사회적인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되짚어본다.

전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잃은 것을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갈지를 묻는다”며 “애도가 주로 과거의 경험이라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